「朴元在 기자」 「영화」를 만드는 사람, 「영화」를 꿈꾸는 사람의 얘기를 담은 영화 2편이 9일 나란히 선보인다.
프랑스 영화 「라이어」(엘리 슈라키 감독)와 미국 영화 「걸식스」(스파이크 리 감독)는 똑같이 영화계 주변의 삶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내용 전개방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라이어」는 영화감독 여배우 제작자와 시나리오 작가지망생을 등장시켜 영화 제작에 따른 애환과 사랑을 다룬 작품. 「영화는 어차피 꾸며낸 거짓말」이라는 뜻에서 영문 제목도 라이어(Liar·거짓말쟁이)로 지었다.
인기여배우 엘렌(로레인 브라코)과 동거중이던 감독 자크(장 위그 앙글라드)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8개월 뒤 돌아온다.
자크의 관심사는 그가 여행중 목격한 젊은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영화로 꾸미는 것. 자크의 친구인 제작자 마커스(세미 프레이)와 엘렌이 작가 지망생 데이지(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시)를 고용, 자크와 함께 시나리오를 쓰게 하면서 두 남자와 두 여자간의 우정 오해 이별 사랑이 펼쳐진다.
영화와 인생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짚은 등장인물들의 대사 처리가 돋보이고 제작비 조달에서 촬영장 풍경에 이르기까지 영화 제작의 메커니즘을 엿보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상 비약이 심한 대목이 군데군데 노출돼 극 전개의 필연성을 떨어뜨린다는 평도 받았다.
「걸식스」의 주인공은 영화배우를 꿈꾸는 흑인 여성 주디(테레사 랜들). 배우 오디션에서 번번이 떨어진 주디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폰섹스 업체의 상담원으로 취직한다.
그의 번호는 6번. 매혹적인 음성과 탁월한 임기응변에 힘입어 가장 많은 단골 고객을 확보한다. 폰섹스 상담원의 역할에 한계를 느낀 주디가 이웃집 친구 지미의 충고를 받아들여 연기자의 꿈에 다시 도전한다는 내용이다.
요즘 미국에서 성업중인 폰섹스에 대한 묘사가 눈요기 거리를 제공하지만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한 감을 느낄 수도 있다. 지미역의 스파이크 리 감독을 비롯해 마돈나, 나오미 캠벨, 쿠엔틴 타란티노가 출연한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말콤X」 「정글피버」 등 사회성있는 영화를 만들어 온 흑인감독 스파이크 리의 작품치고는 메시지도 약하고 엉뚱한 흐름의 영화라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