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潤鐘 기자」 지휘자 정명훈이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성모애가)」 음반을 DG레이블로 내놓았다. 이 음반은 정명훈이 빈 필하모닉을 지휘해 내놓은 첫 음반으로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이 합창을 맡고 있다.
로시니의 종교음악중 대표작인 「스타바트 마테르」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뒤 비통해하는 성모의 마음을 그린 대곡. 시인 하이네가 「저항할 수 없을만치 부드러운 곡」이라고 평가한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곡은 그동안 대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지휘의 필하모니아 관현악단 음반이 대표적 음반중 하나로 인정받아 왔다. 줄리니는 정명훈이 LA필 부지휘자이던 시절 이 악단의 상임지휘자를 지냈으며 정명훈은 그를 정신적 스승으로 여겨왔다. 줄리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음반은 82년 DG레이블로 녹음된 것. 발매사인 DG는 이곡으로 13년만에 같은 레이블내에서의 사제간 경쟁을 유도한 셈이 됐다.
줄리니의 연주에는 독창자로 소프라노 카티아 리차렐리, 테너 달마치오 곤살레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줄리니는 느릿한 템포 및 침착하며 노래하는 듯한 선율미를 중시하는 지휘자로 그동안 독일―프랑스권 레퍼토리를 연주할 때는 「차분함」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그의 고국인 이탈리아 작곡가의 곡을 연주할 때는 밝고 개방적인 면도 충분히 표현해내는 등 다른 면을 보였다. 그가 연주한 「스타바트 마테르」는 성악진의 선율적인 연결을 강조하고 관현악과 합창단의 치밀한 앙상블을 이끌어내 윤곽이 뚜렷한 연주를 창조해 냈다.
반면 이번에 발매된 정명훈의 연주는 한결 어둡고 내성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극적인 마지막곡 「아멘」합창에서 여린 연주로 신비하게 꿈틀대는 합창은 최후까지 힘을 감추고 있다가 어둡고 뜨겁게 타오른다. 전곡의 하이라이트중 하나인 테너아리아 「기쁨을 잃은 성심」에서도 테너 기메네스는 자칫 밝게 흐르기 쉬운 이 곡의 선율선을 섬세하고도 그늘지게 표현해냈다. 이런 「색상」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양쪽 연주의 치밀한 앙상블과 성악진의 열연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이다.
DG사의 한국발매사인 폴리그램 코리아는 정명훈의 이번 앨범 발매에 맞추어 8일 오후4시 메트로미도파 지하 음반점인 파워스테이션에서, 이어 오후5시반에는 교보문고에서 정명훈의 팬사인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