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세이]「동양사상과 사회발전」

  • 입력 1996년 11월 6일 20시 47분


「「동양사상과 사회발전」/신일철 외 지음」 동양 각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숨가쁘게 역사의 수레바퀴에 채찍질을 가해 왔다. 19세기초 서구의 근대문명이 소개된 이래 동양 각국은 자유 진보 과학 등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수용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대가로 우리는 전에 비해 훨씬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21세기 진입을 눈앞에 둔 오늘, 우리는 지금까지 달려 왔던 역사의 궤적을 총점검해 보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시점에 당도해 있다. 동아일보사에서 펴낸 「동양사상과 사회발전」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동양 각국이 추진해 온 근대화의 결실을 총점검하고 다가오는 21세기 미래사회의 청사진을 동양문화권에서 주도적으로 제시해 보고자 하는 야심찬 기획의 결과물이다. 동아일보는 중국의 인민일보와 공동으로 지난 8월 서울에서 「동양사상과 사회발전」이라는 주제의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 바 있으며 여기서 발표된 논문들이 이번에 단행본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베트남 등의 석학들이 집필한 아홉 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으며 각 논문들은 유교 불교 도교와 같은 전통 동양사상의 재조명을 통하여 서구 주도의 현대문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바람직한 미래문명의 대안을 동양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그 예로, 김충열교수는 「유(儒) 법(法)의 합(合)과 분(分)」에서 서구화된 법체계가 간직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도덕의 법에 대한 우선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신일철교수는 「신유교와 개화사상의 수용」에서 장지연 박은식 신채호 등의 개화사상에 대한 성찰을 통하여 서구문화의 주체적 수용이 절실함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에임스는 자유주의가 간직한 폐단을 지적하고 유가의 공동체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중국의 陳鼓應(진고응)은 자연에 대한 무차별적 개발과 남획 대신 자연과 인간간의 조화가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조구치(溝口雄三)와 판박칵(潘文閣)은 각기 일본과 베트남의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폐해를 지적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유교사상의 긍정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계승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아홉 편의 논문 전반에 깔려있는 기조는 「근대화」가 더 이상 「서구화」로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동양은 과학기술을 앞세운 서구문명에 압도당했으나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전통동양의 인문정신을 발전시켜 자연과 인간, 물질과 정신, 경제와 윤리, 자유와 공동선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으로 저자들의 논지는 귀결하고 있다. 학술계와 문화계뿐 아니라 미래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이 승 환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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