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리골레토」]노래-연출-장치 『완벽한 조화』

  • 입력 1996년 11월 7일 20시 32분


「劉潤鐘기자」 7∼10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중인 한국오페라단의 「리골레토」(동아일보 후원)는 높은 기량과 화려한 개성을 가진 주역가수진, 잘 짜여진 연기와 성의있게 제작된 무대장치가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 만토바공작역을 맡은 테너 임재홍은 집중력 있는 공명으로 비교적 작은 체구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었다. 투명감이 적은 대신 고소하고 밀도있게 울리는 그의 음성은 「여자의 마음」 등 유명한 아리아에서 뿐만 아니라 전곡을 통해 거칠 것 없이 활달한 만토바공작의 역을 맞춰 입은 듯이 표현했으며 음역의 구분없이 균일하게 울리는 고른 목소리도 인상적이었다. 질다역의 김성은은 파트너인 임재홍의 표현대로 고혹적이면서도 순진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귀를 붙드는 매력적인 헤로인이었다. 이런 인상이 깊이 부각된 나머지 자신이 공연전에 다짐한대로 「운명을 선택하는 적극적 여인상」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표현한 질다가 기존의 청순가련형 질다에 머물렀다고 해도 그 역할은 충분히 청중의 가슴을 적시는 호소력을 가지고 있었다. 연습에 뒤늦게 합류한 탓으로 무대가 미처 몸에 익지 않은 인상이 있었으나 워낙 해외공연을 통해 질다역에 익숙한 탓인지 연기의 순간적인 기지도 돋보였다. 한편 최종우는 충만한 볼륨과 완숙한 악구처리가 돋보이는 믿음직한 리골레토역을 해냈다. 우렁찬 저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탄식의 선율이 인상적이었으며 곡 서두의 강렬한 관현악을 통해 인상지워진 「운명」의 중압감은 이 바리톤의 깊은 음성을 통해 무게있게 현실화되었다. 무대장치는 일반의 상상이상으로 오페라의 완성도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 이번 「리골레토」 무대는 자연물 등 세부묘사와 공간을 잘 활용한 깊이감 등에서 만족감을 주었다. 주역들의 내면심리 묘사 및 세부적인 배치를 깊이 파고든 플라비오 트레비상의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극의 결정적 요소인 질다의 살해장면에서 관객이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던 점이 작은 흠. 툴리오 콜라초프의 지휘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균형잡힌 음량배분과 장면전환에서의 순조로운 호흡을 보여주었다. 4막의 「4중창」에서는 네 주역간 균형과 호흡이 다소 흐트러지는 부분이 보여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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