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원 예악당 개관 기념연극 「세종32년」22일 개막

  • 입력 1996년 11월 8일 20시 43분


「金順德기자」 거대한 업적 속에 가려져 있던 세종의 인간적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연극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립국악원 예악당 개관기념으로 오는 22일 개막되는 「세종 32년」은 세종에 대한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을 만큼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과 함께 세종과 세조의 관계를 진보와 보수의 사상갈등으로 새롭게 해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교과서에서 배운 세종대왕은 10명의 위인을 합친 것만큼이나 훌륭하기 때문에 오히려 매력이 덜합니다. 세종에게도 어떤 고뇌와 갈등이 존재했을까 궁금해서 10년간 자료를 찾아보고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작품을 썼지요』 극작가 정복근씨에 따르면 세종은 지덕체를 겸비한 위인이면서도 내면적으로는 매우 외로웠던 인물이다. 장인 심온이 역모죄로 죽임을 당했으니 중전 심씨와의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없었으며 비록 사후일지라도 자신이 일궜던 「개혁의 시계바늘」을 아들 세조가 거꾸로 돌렸으니 저승에서도 편안하지 못했으리라는 설명이다. 한명구씨가 타이틀롤을 맡은 이 연극은 임종을 앞둔 세조(장두이 분)가 세종을 회상하는 데서 시작한다. 한글창제 향악(鄕樂)정비 국경확장 등 진보와 혁명의 선봉에 섰던 세종과 사육신의 환영이 나타나고 회상속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세조는 자신의 편에 서있던 보수적 사대부와 함께 아버지 세종과 대립한다. 이 과정에서 세종의 개인적 고뇌와 회한이 낱낱이 드러난다. 얼른 보아 한가롭기만 한 「인간 세종」을 지금 이 시대의 무대에 올려놓는 이유에 대해 연출자 한태숙씨는 『전직 대통령의 재판을 지켜보며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조용하게 개혁을 진행했던 세종의 현명함, 이에 대비되어 떳떳지 못하게 권력을 차지한 세조의 불행한 말로 등은 오늘날의 역사에도 그대로 투영된다는 것이다. 국악원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고정관념과 판이한 세종대왕의 모습을 예악당 개관무대에 올리는 점에 대해 내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면서 『이제 국악원도 관(官)의 취향에 맞는 작품만 공연했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악원 개관기념 작품인 만큼 이상규씨가 작곡한 장중한 국악연주, 전통무예, 넓고 깊은 무대를 활용한 영상의 도입 등도 기대되는 대목이다.02―585―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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