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順德기자」 암으로 투병중인 중견 여배우 이주실씨(52)가 자신의 일기를 모노드라마로 옮겨 무대에 올린다. 이씨는 29일부터 내년 2월까지 서울 동숭동 인간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쌍코랑 말코랑, 이별연습」에 출연한다.
이 연극이 준비된 것은 지난해 가을 공연기획 이다의 명계남대표와 이주실씨가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전태일의 부모역으로 함께 출연하면서부터. 『연극 한번 같이 하자』고 의기투합, 대본을 고르던 어느날 이씨가 남몰래 암투병하면서 쌍코(26) 말코(12)라고 부르던 두 딸에게 주기 위해 썼던 일기를 꺼내놓았다.
이 일기에는 93년 가을, 난데없는 유방암 3기 선고와 절제수술, 항암치료 그리고 재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담겨 있었다.
『암이라는 병명을 안 순간 이제는 편히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 삶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까닭일까』
「사랑은 비를 타고」 「동숭동연가」의 극작가 오은희씨는 이 일기를 모노드라마로 각색했으며 명씨는 제작을 맡았다. 연출자 박용기씨는 무대조건을 최대한 살려 소리와 빛 그리고 배우의 목소리만으로 인생을 보여줄 작정이다.
이씨는 현재 치료중단 상태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져 가발을 쓴 채 연기를 하는 것도 내키지 않을 뿐 아니라 환자처럼 사느니 하루를 살더라도 배우로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배우가 무대에 서는 한 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명계남씨에게 다른 연극 한편 준비하라고 말은 해두었지만 말이죠…』
이씨는 『50이 넘으면 꼭 모노드라마를 하고 싶었는데 이것이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면서 『무대에서는 개인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잘 짜여진 연극을 해보일 작정』이라고 했다.
그는 65년 「망향」으로 데뷔, 60여편의 연극을 통해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이며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제연기상 백상예술대상연기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