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개인전 갖는 오승윤씨의 「모험」

  • 입력 1996년 11월 12일 20시 10분


「홍찬식 기자」 누드나 풍경화 등 정통 화법을 구사해온 서양화가 오승윤씨(56)가 50대후반의 늦은 나이에 대대적인 변신을 꾀한다. 서양화단의 거목이었던 오지호화백의 아들로 대를 이어 그림을 그려온 오씨는 부친이 살았던 광주 지산동 화실에 칩거해 창작에 전념해온 중진작가. 그가 오는 20일부터 서울 선화랑(02―734―0458)에서 갖는 개인전에는 「풍수(風水)」시리즈라는 새로운 작품이 발표된다. 국전 문공부장관상 수상, 국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등 화가로서 「엘리트코스」를 거쳤던 오씨의 신작들은 과거 그가 그렸던 그림과 전혀 다르다. 오랫동안 가꿔온 회화세계를 포기하고 백지상태에서 새로 출발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에서는 일종의 「모험」으로까지 보고 있다. 새 작품은 우선 기존 원근법에 의한 사실적인 표현을 없앤 대신 산 강 초가 물고기 오리 등 여러 사물을 같은 크기로 묘사하고 있다. 마치 디자인에 나오는 무늬같은 느낌을 주는 이 사물들은 수십개에서 수백개씩 수놓듯 배치돼 전체 그림을 구성하고 있다. 색채면에서는 한국 전통의 오방색이 사용되고 있다. 흑 백 청 황 적색이 그 중심이다. 완벽한 오방색을 이끌어내기 위해 작가는 오방색이 들어있는 탱화나 굿에서 사용되는 그림을 오랫동안 연구했다. 오씨는 『과거 사실적인 그림에서는 아무래도 유화가 갖고 있는 서양적인 기름기를 배제하기 어려웠다』면서 『전통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우리 민족의 풍수사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강 산 구름 등 사물을 같은 크기로 나타낸 것은 자연의 조화를 표현한 것이며 이는 근본적으로 조선시대 흉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오씨의 그림에서 자연의 여러 요소들이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정감을 전해준다. 이번 신작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봄 세계적인 대가들이 다수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몬테카를로 국제현대미술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계기로 유럽의 미술관으로부터 작품구입 제의까지 받았던 것. 하지만 그는 이번 새 작업이 오랜기간을 거쳐 더욱 완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제 그림에 디자인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좀 더 형태가 풀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85년이후 무려 11년만에 갖는 개인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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