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세이]김용운교수의 「세계 천년의…」책

  • 입력 1996년 11월 13일 20시 36분


김용운교수는 수학자이자 특유의 원형사관(原形史觀)을 주장하는 문명 비평가다. 필자는 김교수의 최근 저서 「세계 천년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백년」(고려원 간)을 읽으면서 대학생 시절 읽은 토인비의 「역사 연구」를 읽었을 때와 같은 지적 흥분을 맛보았다. 인류 문화문명사에 대한 거시적인 시야가 신선한 로망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이 책은 19세기말의 한국 상황과 20세기말 한국을 둘러싼 국제 역학의 구조는 왜 같은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원형론의 입장에서 해명하고 있다. 원시이래 인류의 조상은 땅에 밀착하는 농경민과 늘 이동하는 유목민으로 나누어지면서 저마다 특유의 원형으로 역사를 전개해 왔다. 18세기말 이래 두개의 거대한 인공국가 미국과 러시아(소련)는 팽창을 거듭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맹렬한 속도로 동과 서를 향해 개척과 정복을 진행하여 19세기말에 한반도에서 그 에너지가 교차했다. 여기에 곁들여 천황 침략주의였던 일본과 농경민족 중국도 한반도에 대한 집착과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19세기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온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역학구도는 이들 민족 원형의 충돌의 결과다. 농경민과 기마유목민 후예의 갈등이 근세 이후 세계사에 일관되게 작용한 그 마지막 응어리가 한반도임을 문명사적으로 밝히고 있다. 단일화된 세계시장에서 자유무역과 민주제는 기마유목민의 최종 목적이며 냉전 종식은 그들에게 승리를 선언케 했다. 그러나 그 승리의 뒷면에는 엄청난 자연 파괴와 분쟁의 씨가 뿌려져 있었다. 농경민의 과학은 사회질서와 자연보전이 보장되는 범위에서만 개방되어 왔다. 중국인은 화약을 발명했으나 불꽃놀이를 즐겼고 그것을 받아들인 서양인은 대포를 만들었던 것이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악의 결과를 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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