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次洙기자」지난 3월 펴낸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 25만권이상 팔리면서 조선시대 역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박영규씨가 이번에는 「한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들녘 펴냄)을 출간, 고려사 독서 붐을 예고하고 있다.
박씨는 『고려시대는 삼국과 조선을 이어주는 단순한 징검다리가 아니라 분열된 민족을 하나로 통합하고 격렬한 세계사의 폭풍을 헤쳐나갔던 역동적인 시기였다』고 규정하고 임진왜란때 불타버린 고려왕조실록의 복원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고려는 제8대 현종때 처음으로 왕조실록을 편찬한 이래 34대 공양왕때까지의 실록을 만들어 춘추관에 보관했으나 임진왜란때 소실됐다는 것.
박씨는 이번 책을 쓰기 위해 고려실록을 근간으로 조선시대 문종때 편찬된 「고려사(高麗史)」(전 1백39권)와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전 35권) 원본과 국역본을 샅샅이 뒤졌고 고려시대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성과까지도 충실히 참고했다고 말했다.
역대왕의 등극과정과 치세기간중 일어났던 중요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사건 등을 왕조사 중심으로 기술한 것이 이 책의 특징. 박씨는 고려시대를 올바로 이해하면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건국한 과정에서는 민족의 대화합과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 민족통일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고 박씨는 강조했다. 왕건이 고려를 건국한 918년 당시에는 신라가 계속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편 전국 각지역에서도 호족들이 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시기였지만 왕건은 민족화합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차근차근 통일을 추진, 건국 18년만에 통일대업을 이룩했다는 것. 왕건이 호족들을 끌어안기 위해 결혼정책을 적극 활용하면서 29명의 부인을 얻었다는 기록도 소개돼 있다.
박씨는 외세의 틈바구니에서 자주외교를 이룩한 대표적인 사례로 성종때 압록강 동쪽의 여진족을 몰아내고 강동육주(江東六州)를 획득한 徐熙의 활동상을 꼽았다. 서희는 거란이 고구려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면서 침입해오자 고려가 고구려의 승계자임을 조목조목 따져 퇴각시키고 영토를 확장했다는 것이다. 서희의 활동상을 통해서는 주변 4강에 둘러싸인 오늘의 한국외교가 주체적인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고려말 신진유학자들이 추진했던 「폐가입진(廢假立眞)」(가짜를 폐하고 진짜를 세운다)에서는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세대교체론의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것. 鄭夢周 등이 창왕을 폐하고 공양왕을 세운 것은 단순히 왕위 교체가 아니라 구세대를 몰아낸 것이었듯이 오늘날의 진정한 세대교체 역시 나이를 기준으로 특정인을 배제하는 형식이 아니라 국가장래를 맡길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씨는 『중국 대륙에서 송 요 금등 많은 나라들이 섰다가 사라지는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고려가 5백년을 지탱했던 것은 고려인들의 강인함과 함께 실리와 대의명분을 함께 취하는 현실감각 덕분』이라면서 『그동안 삼국시대나 조선시대에 비해 소홀하게 다뤄졌던 고려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