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아 일 기
박 철
요플레, 우유 한 잔, 빵 한 조각
어렵게 성찬을 준비하면 아이는
젖은 얼굴에 외면하고, 가방 메고
바삐 문 밖을 나서 유치원 간다
서운하다
아이의 공복과 뒷모습에서 떠오르는 나의 유년
그때도 먹을 것은 있었으리라
그때도 사랑은 있었으리라
그때도 누군가 서운한 마음으로
이렇게 서 있었으리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늘 공복이다
저 풀들은 어디서 어떻게 자라왔는가
▼박철 약력▼
△1960년 서울 출생
△87년 「창비 1987」로 등단
―시집 「너무 멀리 걸어왔다」(푸른숲)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