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를 살았던 사람치고 암호명 007인 영국 스파이 제임스 본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냉전 시대에 혜성처럼 나타나 서방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제 테러분자들에 맞서 지구의 평화를 수호하는 왕립 해군 중령 출신의 영국 스파이. 거칠지만 미남이고 낭만적인 특수공작원 제임스 본드를 만들어낸 사람은 명문 이튼 출신 영국작가 이언 플레밍(1908∼1964)이었다.
거리를 걷고 있는 그를 케네디 대통령이 발견하고 쫓아가 인사했다는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은 오늘날 권위있는 「옥스퍼드대 영문학 지침서」와 「케임브리지대 영문학 안내서」에 까지 올라있으며 사후에도 킹즐리 에이미스나 존 가드너 같은 유명작가들이 문학적 계승을 시도했던 명망있는 작가가 되었다.
제임스 본드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이언 플레밍이 45세 때인 1953년에 「카지노 로열」이라는 스파이소설을 출간하면서였다. 플레밍은 원래 귀족적인 잉글랜드 억양과 말쑥한 외모의 데이비드 니븐이 본드 역에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하고 그를 「카지노 로열」에 기용했으나 결과는 흥행의 실패였다.
본드의 이미지에 완벽하게 부합된 사람은 서민적인 스코틀랜드 억양과 멋진 체격, 그리고 정력적이고 악마적인 짙은 눈썹이 특징인 숀 코너리였다. 「얼굴이 검은 편이고 눈썹이 진하며 인상이 차갑지만 인정이 있어보이는」 숀 코너리가 주연한 제임스 본드 영화들은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007 시리즈는 거의 매해 한편씩 제작되었고 스파이영화와 스파이소설 붐을 일으켜 이후 수많은 아류들이 등장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제임스 본드 영화의 효시는 테렌스 영 감독의 「살인번호」(1962)였으며 이어 「위기일발」(1963), 「골드핑거」(1964), 「선더볼작전」(1965) 등 최근까지 19편이 영화화됐다. 본드 역은 숀 코너리가 7편, 로저 무어가 7편, 티모시 달튼이 2편, 그리고 데이비드 니븐과 조지 레젠비와 피어스 브로스넌이 각각 1편씩 나누어 맡았다.
007 시리즈는 냉전시대의 산물이었다. 냉전시대는 비교적 분명하고 단순한 이분법적 가치관(예컨대 동과 서, 적과 우방,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등)에 기초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본드에게는 자신의 상관인 M이나 자신이 속해있는 영국정보부 MI6(엠아이식스)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가 없다. 그에게 영국은 언제나 정의의 상징이고 그는 그 정의를 수호하는 「여왕폐하의 첩보원」일 뿐이다. 그것은 제임스 본드 소설의 첫번째 문제가 된다. 007 소설의 두번째 문제는 본드와 MI6의 타도대상이 언제나 제삼세계였다는 점이다. 비록 다소간의 예외가 있긴
했지만 본드가 때려눕힌 악당들은 언제나 소련인들이 아닌 소련내의 변절자들이나 「스펙터」라는 제삼세계 테러분자들이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자메이카 터키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본드가 그들을 때려눕힐 때마다 제삼세계인들까지도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이분법적 가치관이 와해됨에 따라 제임스 본드 영화도 변하기 시작했다. 95년에 제작된 「골든 아이」는 이언 플레밍이 남긴 소설을 짜깁기해 각본을 만든 것으로 이 영화에서 본드(피어스 브로스넌 분)는 영국을 배반한 동료 첩보원 006을 통해 처음으로 MI6의 음모와 냉혹함에 대해 듣게 된다. 물론 본드는 설득당하지 않고 그를 제거한다. 하지만 변절한 동료의 절규를 통해 MI6에 대한 그의 절대적인 신뢰는 흔들린다. 적과 동료의 구별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그는 비로소 언젠가는 자신도 정보기관의 음모에 의해 이용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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