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秀珍기자」 『아니, 웬 향기?』
어두운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영화속의 여주인공이 울창한 소나무숲을 거니는 장면이 나오자 영화관내에도 진짜 솔향기가 퍼져나왔기 때문.
다음달 서울에서 개봉예정인 미국영화 「스핏파이어 그릴」을 보러간 관객들은 바로 이처럼 눈과 귀는 물론 코까지 동원해 「실감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영화수입업체인 한아미디어와 천연향 방향제 「숲속여행」을 생산하는 ㈜태평양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영화내용에 맞춰 극장안에 향기를 뿌리기로 계약을 맺은 것.
이에 따라 영화상영중 숲이 나오는 장면마다 1백년생 소나무 1천그루가 내뿜는 양에 해당하는 방향제가 극장벽을 따라 설치된 장치에서 일제히 뿌려지게 된다.
바야흐로 「향기의 시대」가 도래했다. 오감(五感)중 시각 청각 미각을 노리는 산업에 이어 후각을 만족시키는 향기산업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선진국에서는 향기를 뿌려 판매촉진을 꾀하는 「아로마마케팅」이나 특정 향을 치료에 이용해 긴장 불쾌감 등을 완화하는 「아로마세라피」 등이 이미 유망업종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최근 1∼2년 사이 향을 뿌려 고객을 끄는 업소들이 급격히 늘어가는 추세.
서울 역삼동에 있는 예치과의 경우 올초부터 병원에 솔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상큼한 솔향기가 소독약 등 병원특유의 냄새를 없애줘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병원측의 설명.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의 경우 에스컬레이터에 향기분사기를 설치해 2분마다 50㎎분량의 샤넬향수를 뿜어내고 있다. 고급 프랑스향수를 사용해 지하식품매장에서 올라오는 음식냄새를 차단하는 동시에 백화점의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전략. 이밖에도 애경백화점 보람은행 바른손본사 및 전매장 농심신사옥 에스콰이어 KFC 카페레스토랑 조이어클락 일식집 만해 등도 「냄새 피우는」업체들이다.
국내 최초의 향기관리업체로 지난해 10월 문을 연 에코미스트코리아의 최영신사장은 『지난 1년간 주문받아 향기를 뿌려주고 있는 매장만도 3만여개에 달한다』고 자랑한다.
향기를 내는 제품으로는 불을 피우면 향기가 나는 초, 과일냄새가 나는 명함 등이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향전문가인 윤석신씨(태평양 생활용품 사업부과장)는 『향기는 뇌파를 자극,사람을 보다 감성적으로 만드는 작용을 한다』며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좋은 냄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향기산업은 앞으로 계속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