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자주 두근거리고 답답하다. 속에 무언가 뭉쳐있는 것 같고 뭔가 치밀어오른다. 화가 폭발하면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 얼굴과 손발이 화끈거리면서 사지가 저린다. 자주 깜짝깜짝 놀란다. 이는 이른바 화병의 전형적인 증상들.
경희대 한의대 신경정신과 金鍾佑박사팀이 지난 3∼7월 화병클리닉을 찾은 주부 1백명을 대상으로 한 「화병에 대한 임상적 연구」에 따르면 주부들은 주로 남편이나 시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이같은 화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병의 원인으로는 △남편과의 갈등이 61%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시부모와의 갈등(28%) △생활고(25%) △형제간의 갈등(24%) △자녀와의 갈등(22%)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갑작스런 재정손실이나 △배우자와의 사별은 10% 이내로 나타나 갑작스런 정신적 충격보다는 장기적인 갈등이 화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병의 원인을 1가지만 지적한 사람은 27%에 불과한 반면 2가지를 지적한 사람이 36%, 4가지 이상을 꼽은 사람도 13%로 나타나 대부분 복합적인 요인이 깔려 있었다.
이들은 두통 불면증 현기증 화끈거림 진땀 손발저림 식욕부진 답답함 숨막힘 가슴두근거림 소화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병환자들은 모두 기혼여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51.8세로 중졸 이하가 67%로 저학력 중하류계층이 대부분이었다. 평균 발병기간은 9.18년으로 오랫동안 증세가 계속돼온 경우가 많았다.
金박사는 『화병은 쌓인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억제하거나 신체적으로 투사한 결과 나타나는 만성질환으로 스트레스의 요인과 이를 피하는 방법을 알면서도 계속 참고 지낸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신경증이나 히스테리와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화병환자는 90% 이상이 여성이며 특히 전업주부에게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억압적인 우리 사회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金世媛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