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恩玲기자」 결혼한 이후의 여자와 남자에게도 사랑은 찾아올 수 있을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불륜이라고 돌팔매질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신작장편소설 「황홀한 반란」(푸른숲)을 펴낸 이경자씨(48)의 대답은 단호히 『그렇다』이다.
「황홀한 반란」의 여주인공 장혜순은 캠퍼스커플로 만난 남편과의 사이에 두아들을 낳고 결혼 13년째를 맞은 주부. 「순결을 주었기 때문에」 천생연분이라고 믿었던 남편이지만 사랑은 식어버린지 오래다. 『당신은 나를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는 혜순의 절규에 『철없는 여편네』라는 냉담한 대꾸로 응수하기 일쑤인 남편은 그 자신 잦은 외도로 결혼생활의 무미건조함을 견뎌나간다.
자신의 주치의와 무모한 혼외정사를 벌이기도 했던 혜순은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 힘으로 돈을 벌어보기 위해』 보험회사의 생활설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어느날 우연히 지갑을 주운 혜순은 그 지갑의 임자인 노총각 박재혁과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박재혁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작가 이씨는 93년작 「혼자 눈뜨는 아침」부터 줄곧 유부녀들의 은밀한 사랑을 그려왔다. 「금기」를 깬 소설의 내용에 대해 독자들 사이에서만 찬반이 분분했던 것은 아니다.
동갑내기 소설가 이문열씨는 자신의 소설 「선택」에서 이씨의 작품에 대해 『살림 잘하는 가정주부들을 거리로 나서도록 선동하고 불륜을 부추긴다』고 맹공격을 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가 이씨는 이런 공격에 대해 『대부분의 한국 남녀들은 이성에 대해 별 이해 없이 결혼한 후 10년쯤 지나면 이 사람이 정말로 나와 맞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알게 된다.그러나 불화가있더라도 「인연」이라고 우기고 살거나 외도로 불만을 속여가며 결혼을 지탱하기 십상이다. 그 진실을 밝히고 「진짜 사랑」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황홀한 반란」의 장혜순처럼 작품속 여주인공들이 이른바 「커리어우먼」이 아닌 살림밖에 모르고 살던 중년주부라는 점도 특징이다. 남편에게 알뜰하게 꾸린 가계부를 보여주며 칭찬받는 것을 기쁨으로 알고살던 여자들이 가정 밖의 사랑에 눈을 돌리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이씨는 주부들이 느끼는 소외감이나 여성으로 성숙해 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씨의 작품이 「연애소설」보다는 「페미니즘소설」로 분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씨는 『페미니스트들로부터는 내 소설의 주인공들이 홀로 독립하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통해 탈출구를 찾는다는 비난을 자주 듣는다』며 『남녀간의 진실한 사랑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