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김과장은 미남이며 일의 성취도도 남다르게 뛰어나지만 그에게는 한가지 치명적인 병이 있다. 결혼초부터 아내를 의심하던 버릇이 굳어져 이제는 완전히 의처증으로 발전하고 만 것이다.
결혼전 여러 여자들과 깊게 사귀었던 그는 아내만큼은 순결한 여자여야한다는 굳은 신념(?)을 갖게 돼 나름대로 신중하게 골라 결혼했다.
그런데 첫날밤 아내는 어찌된 셈인지 능숙하게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 같았다. 감쪽같이 속았다는 생각에 허탈해진 그는 무조건 아내의 과거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심해져 중증으로 발전했다.
남편은 결국 아내가 다니는 회사의 부장을 의심하게 돼 어느날 그 부장을 만나 『당신이 수상한데 아내와의 관계를 투명하게 가져달라』고 말해 상대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아내로서는 하늘이 무너질 노릇이었다.
남편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이혼을 결심하기 전 마지막 시도로 남편을 설득해 병원을 찾았다.
의처증과 의부증은 배우자에 대한 질투망상으로 인해 전혀 사실이 아닌데도 배우자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확고하게 믿고 있는 바람에 생기는 병이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중에서 오셀로가 아내를 의심했을 때 자신이 흑인이라는 열등감 때문에 의처증이 더욱 심해졌던 것처럼 의처증이나 의부증을 앓는 사람은 실제로 열등감이 심하거나 자신이 바람피우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이를 오셀로 증후군이라고 한다.의심을 받는 배우자는 결백함을 증명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상대에가 전문의의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 창 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