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順德기자」 세밑마다 동숭동 연극계를 돌아다니는 이상한 암호가 있다.
『빈방 있습니까』
은밀한 느낌을 주는 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동숭동 사정에 정통한 사람은 당당하게 대답한다.
『예, 빈방 있습니다』
「빈방 있습니까」는 세밑마다 어김없이 공연되는 연극의 제목이다. 성탄극을 준비하는 교회 고등부 학생들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극단 증언이 16년째 공연해오면서 세밑에 사람들의 심성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 동숭동에서 『빈방 있습니까』는 이 연극을 봤느냐, 당신도 따뜻해졌느냐는 속뜻을 지닌 질문이고 『빈방 있습니다』는 연극을 봤다, 내 마음도 당신만큼 따뜻해 졌다는 답변으로 통하고 있다.
올해 「빈방 있습니까」는 지난 27일 학전블루소극장에서 개막됐다. 극중극 형태로 된 이 연극에서 만삭이 된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에 와서 여관을 찾을 때 여관주인역을 맡은 학생은 『방이 없다』고 내쫓아야 한다. 그래야 예수가 마굿간에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중 고등부 교사의 배려로 지진아 덕구가 여관주인 역할을 맡는다. 거짓말을 할줄 모르는 순박한 덕구는 각본대로 『빔 바이…빕 방이 없는데요』라고 중얼거리다가 현실과 연극을 구분하지 못하고 『마굿간에 가지 마세요. 우리집에 가믄요 빔 방이 있어요』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기독교인도 아니고 아이들도 아닌 성인관객들이 덩달아 눈물을 글썽이는 대목이다.
『지능이 모자라는 덕구는 우리들 마음 깊숙한 곳에 원형질로 남아있는 순수함을 상징합니다. 굳이 예수가 아니더라도 지난 한햇동안 우리가 여관주인처럼 쫓아내며 살아온 적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29세때부터 지금까지 16년간 덕구역을 맡아온 박재련씨의 말이다. 은일여자정보산업고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학생들이 바보같다고 놀려도 감동이 있기 때문에 해마다 이 작품을 공연한다』고 말했다.
12월18일까지 평일 오후5시 8시, 토 일 오후4시 7시(월 공연없음). 02―763―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