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만공스님 열반 50주년 기념행사

  • 입력 1996년 11월 30일 11시 57분


한국근세 불교의 대표적 고승인 滿空 月面스님(1871-1946)의 열반 50주기 기념행사가 30일 예산 수덕사에서 조촐하게 거행됐다. 수덕사(주지 法長 스님)는 이날 오전 10시 말사인 정혜사에서 滿空스님 50주기추모다례를 봉행해 스님이 남긴 넓고 큰 뜻을 되새겼다. 이날 다례는 덕숭총림 방장인 圓潭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종회의장 雪靖 스님등 문중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치러졌다. 근대 한국선불교의 중흥조인 鏡虛선사로부터 법을 전해받은 滿空스님은 일생의 대부분을 수덕사에 주석하면서 특유의 선풍을 떨쳤다. 惠庵 圓潭 설봉 古峰 벽초 一葉스님 등을 문하에 둔 滿空 스님은 특히 일제시대를 살면서 대쪽같은 성품으로 한국불교를 지켜 숱한 뒷얘기를 남기기도 했다. 그중 1937년 공주 마곡사 주지로 있을 때의 일화는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스님은 조선총독부가 개최한 31본산 주지회의에 참석해 총독을 준열하게 꾸짖는 한편 불교계에 더이상 간섭하지 말라고 힐난한 것이다. 스님은 "한일합방 뒤 사찰령과 寺法이 시행되어 일본 승려의 파계 경향에 따라 조선 승려들도 파계승이 되고 말았으니 이 책임은 당국에 있다.경전에 비구를 파계시키면 三阿僧祗劫동안 阿鼻地獄에 떨어진다고 했다"며 일갈을 퍼부었다. 스님은 이어 "오늘과 같은 세태는 데라우치(寺內)총독이래 전 당국자의 공"이라고 책망한 뒤 "따라서 총독부는 더이상 불교계를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전북 태인을 속가로 둔 滿空스님은 14살때 서산 천장사에서 사미계를 받기까지 만물의 이치에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방황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모든 법은 하나로 돌아가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萬法歸一 一歸何處)라는 물음을 얻고 크게 발심해 이를 화두삼아 용맹정진했다. 스님이 우주와 생명의 진리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은 '법계의 본성을 관찰하여야 한다.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應觀法界性 一體唯心造)는 偈頌을 읊으면서였다. 스님은 온양 봉곡사를 거쳐 마곡사로 수행처를 옮긴 뒤 鏡虛선사로부터 趙州의 無字 화두를 받들라는 가르침을 받은 것을 계기로 鏡虛스님을 시봉하며 더욱 정진했다. 그러다 1901년 양산 통도사 백운암에서 새벽 종소리를 듣고 크게 깨달았고 3년뒤 鏡虛스님에게서 깨달음을 인가받아 '滿空'이라는 法號로 傳法偈를 받게 됐다. 1920년대 초 일제불교에 대항해 선학원 설립운동을 펴기도 했던 스님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10월 20일 목욕단좌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이런 말을 남기고는 홀연히 입적했다. "자네와 내가 이제 이별할 시간이 다 되었네." 당시 스님은 세수 75세, 승랍 62세. 문도들은 스님의 유골을 수습해 수덕산 금선대 부근에 부도탑을 세우니 이를 '滿空塔'이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