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국제음악콩쿠르]작가 송영씨 결선참관기

  • 입력 1996년 12월 2일 19시 59분


빙판길을 어렵게 달려갔으나 참으로 좋은 밤의 한 때를 가졌다. 콩쿠르참관이 처음이라 호기심과 기대가 적지 않았는데 많은 것을 느꼈고 음악감상의 즐거움도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에서 처음 열린 국제경연의 의미와 무게를 나는 현장에 와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밤의 무대는 어느 대가의 연주회에서 느끼는 감흥과는 또 다른 감동과 감흥을 선사했다. 이미 3차의 엄격한 관문을 거친 결선 진출자들인만큼 그들은 자기 세계와 스타일을 갖춘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었다. 3인 3색이라고 할까. 쇼팽과 브람스와 프로코피예프의 대표적 협주곡을 들려준 젊은 신성들은 그 곡목들이 갖는 대조적 성격만큼이나 서로 다른 연주 스타일과 음악성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같은 무대에서 이처럼 높은 수준의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은 이같은 국제경연무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의 음악은 신선하고 하나같이 젊음의 광채가 번득이는 것이었다. 저 높은 음악의 제단을 향해 끊임없이 젊음의 열정과 고뇌를 불태워온 그들의 각고의 날들이 그들의 눈빛을 그처럼 겸허하고 투명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쇼팽을 들을 때 나는 85년 쇼팽콩쿠르에서 같은 곡을 연주했던 부닌의 빛나는 실황녹음을 연상했다. 그것과 성격이 조금 다른 것이지만 이날 연주도 시종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손색없는 연주였다. 브람스에서는 대가다운 품격과 나이에 걸맞지 않은 노련한 해석을 과시했는가 하면 프로코피예프에서는 신세대의 패기와 분방한 감각을 물씬 풍겨줬다. 누구 손을 들어줘야 하나? 그야말로 난형난제였다. 그들은 이미 독자적 세계를 지닌 훌륭한 연주가이지 등위를 매겨야 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이번 경연대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활짝 열려 있어 음악교육의 장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관객에겐 외국의 음악경향과 신세대의 기량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관객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연주자의 기량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는 심판자다. 그런 점에서 이날 관객이 나타낸 공평무사한 반응은 좋은 점도 있으나 훌륭한 연주를 들었을 때 취향에 따라 좀 더 선택적으로 열기있는 반응을 보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경연장 분위기에 우리 청중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경연의 전과정을 통해 관객의 호응도가 컸다는 사실로 미루어 축제를 지향하는 이 경연이 일단 좋은 출발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청중의 세대를 좀 더 다양화하고 후발주자로서 특징과 개성을 만들어나가는 게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모처럼 출범한 이 귀중한 음악축제가 세계의 음악도들에게 참가 자체로 기쁨과 보람이 되는 영광의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송 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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