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국제음악콩쿠르]외국인수상자들 『한국인 후원』감동

  • 입력 1996년 12월 3일 19시 59분


『라이케르트, 해냈구나. 축하한다. 하지만 다음 콩쿠르에서 경쟁자로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양보하지 않을 거야』 2일 저녁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원년우승자로 이스라엘의 아비람 라이케르트가 호명되자 객석에 앉아있던 한국인 金廷恩(김정은·27·독일 칼스루에음대 재학중)씨는 무대뒤로 달려가 라이케르트와 뜨거운 악수를 나누었다. 라이케르트와 김씨는 지난해 프랑스 에피날국제콩쿠르를 비롯, 수차례 콩쿠르에서 만나 순위를 다투었던 경쟁자. 그러나 논문준비로 동아국제음악콩쿠르에 출전하지 않은 김씨가 이번에는 라이케르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1차예선이 시작된 이래 김씨는 네차례에 걸친 경선 내내 라이케르트의 연주를 지켜본 뒤 모니터해 주었고 「영양식」을 사주며 컨디션조절에도 신경을 썼다. 김씨는 『라이케르트가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마침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라이케르트에게 「선의의 경쟁자」로서 도리를 다한 것 뿐』이라면서도 그의 우승을 기뻐했다. 제1회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외국인 출전자 대부분은 라이케르트처럼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 그러나 예선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열성팬들과 한국인 동문들이 이들의 「지원부대」가 돼 살얼음판같은 경연을 훈훈한 마음으로 치러낼 수 있도록 도왔다. 2위 알레시오 박스는 미국 댈러스 남부감리교 대동문인 安惠里(안혜리·32)씨의 가족으로부터 물심양면의 도움을 받은 예. 안씨의 어머니는 미국에 있는 딸을 대신해 이틀에 한번씩 박스에게 격려전화를 하고 식사를 대접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3위입상자인 미국의 숀 보킨은 미국 뉴욕에서 함께 공부한 李沅貞(이원정·27)씨가 보충연습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집을 아예 연습실로 제공해 『컨디션 조절에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金璟達·琴東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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