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휴너미증 짙은 추상조각「代母」 김정숙 유작전

  • 입력 1996년 12월 5일 20시 12분


「洪찬식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조각가인 고 김정숙씨(1917∼1991)의 5주기를 추모하는 유작전이 마련된다. 6일 서울 관훈동 모란갤러리(02―737―0057)에서 개막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50년대초부터 작고직전까지 40년에 걸친 대표작 30여점이 전시된다. 김씨가 조각을 시작했던 1940년대까지만해도 조각은 남자들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돌 등 무겁고 단단한 재료를 다뤄야 하는 등 그만큼 작업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1949년 32세의 나이에 홍익대 미술학부에 입학, 이같은 「상식」을 파괴했다. 당시 세 자녀를 둔 가정주부였던 그는 대학졸업(홍익대 조소과 1회) 후 미국에 유학, 미시시피대 대학원 등에서 서구의 조각기법을 배웠으며 귀국 후에는 홍익대교수로 26년간 재직하면서 후진을 양성했다. 추상조각을 개척한 것이외에 김씨의 공로는 용접기법을 이용한 철조각을 도입, 국내에 보급한 것. 또 각종 첨단기법을 처음 사용해 국내 현대조각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김씨는 초기에 모자상이나 여인상을 중심으로 사실적인 작품을 제작했으나 서서히 단순화된 인체조각으로 변모하면서 60년대 중반이후에는 추상조각에 매달렸다. 작품 테마도 초기의 「모성애」나 「사랑」에서 후기에는 자연의 본질과 생명력을 다루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가 70년대 후반 처음 발표한 「비상(飛翔)」시리즈는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분출되는 무형의 힘을 좌우대칭 구조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에 해당된다 . 미술평론가 이일씨는 『초기작품에서 만년의 작품까지 일관되게 기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휴머니즘과 삶에 대한 강한 애정』이라면서 『국내 현대조각의 형성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작가』라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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