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석굴암 위기」 과장됐다

  • 입력 1996년 12월 5일 20시 12분


최근 석굴암에 대한 위기설이 보도돼 놀라움을 주었다. 문화재 보존관련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뉴스거리로 등장하지만 석굴암 위기설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 61∼64년의 석굴암 보수 당시 총감독을 맡았던 필자는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진상을 점검했다. 30년 넘게 해마다 여러 차례 석굴암을 돌아보면서 그래도 잘 보존되고 있다고 믿어왔었기에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현장을 돌아본 후 왜 석굴암이 위기라고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보도내용 중 첫째는 일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내부 틈 위에 균열이 갔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60년대 수리 당시 틈 윗부분이 거칠어 작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발랐던 모르타르였고 균열은 이 모르타르층에 생긴 것이다. 석굴암 수리보고서에 60㎝ 길이의 균열이 있었다고 기록해 놓은 것은 석굴의 서북쪽이며 이곳은 물이 용출되고 있어 정밀조사 과정에서 발견됐었다. 다른 곳은 정밀검사를 하지 않아 기록에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두번째는 본존상의 좌대에 금이 갔는데 이는 본존상의 하중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금은 일제시대 좌대 속에 보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일본인 무뢰한들에 의해 깨진 부분이다. 본존상의 하중에 의해 금이 갔다는 지적은 잘못이다. 세번째는 누수에 의해 연도 천장석 홍예 등에 백화현상이 보인다는 내용이다. 이 백화현상은 60년대 수리 이전부터 나타났었으며 당시는 이곳이 거의 노출된 상태여서 현재보다 더 심한 상태였다. 그런데 마치 최근의 누수 때문에 생겨난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많았다. 끝으로 기계설치에 의해 소음과 진동이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이 기계시설은 석굴내부의 공조를 위해 지난 66년 설치한 이후 10년마다 새 기계로 교체해 왔다. 현재의 기계는 93년 설치됐는데 송풍기에서 소음이 발생하고 약간의 진동이 있다. 최근 검사한 소음 및 진동은 냉방기와 환풍기를 동시에 작동했을 경우 기계실에서는 주파수 40㎐ 때 진동가속도가 최대 72.9db이고 석굴내에서는 최대치가 36.2db이다. 이 수치는 콘크리트 틈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믿지만 낡은 송풍기에서 발생하는 진동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송풍기를 교체하거나 기계실을 굴밖으로 옮기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석굴암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관심과 충정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것을 사실처럼 전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또 관계당국이나 관리책임을 맡은 사찰측도 지속적인 검증과 실태파악으로 보존상태가 보다 좋아지도록 애써야 한다. 황 수 영 <전 동국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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