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부부론]구세군 부부 김환기-김은려씨

  • 입력 1996년 12월 8일 19시 56분


「金華盛기자」 자선냄비에 사랑을 싣고 혼탁한 세상에 성탄의 맑은 종소리를 울리는 젊은 부부. 김환기씨(38)와 김은려씨(38). 둘다 구세군의 장교인 사관이다. 계급도 같은 정위(임관뒤 5년지나면 받는 계급). 우리나이 스물아홉되던 해 봄 구세군 교회에서 만나 그해 가을에 결혼했다. 구세군에서 부부단위로 받는 생활비는 보너스 없이 한달 1백만원이하. 아이는 연년생 1녀1남. 모든 것을 「주님의 뜻」에 맡기니 마음은 언제나 강같이 평안하다. 결혼후 처음 맞은 86년 새해 첫날, 남편 김씨는 안방에 큰 방석을 깔아 놓고 아내 김씨를 불렀다. 『자, 내가 노처녀를 구제해 줬으니 앞으로는 매일 아침 나한테 저 방석위에서 큰절을 하도록 하시오』 아내 김씨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넙죽 큰절을 올렸다. 까짓거 못할 것도 없다는 투였다. 김씨네는 모든 일이 이런 식이다. 아내 김씨는 시원시원하다. 남편 김씨는 차분하고 세심하다. 어쩌다 일어나는 가벼운 부부싸움도 싱겁게 끝나 버린다. 『가사분담이라니요. 자기 책상정리만 잘해줘도 고맙겠어요. 이사할 때도 짐을 제가 꾸립니다. 손으로 하는 것은 모든 게 서툴러요』 부인 김씨는 오랜만에 남편 험담을 늘어놓을 수 있어 개운하다는 표정이다. 멋쩍은 듯 남편 김씨는 변명아닌 변명을 우물거린다. 『그런 쪽에 영 「젬병」이에요. 제가 못하는 부분을 잘해줘 아내가 늘 고맙죠』 너무했다 싶었던지 부인 김씨는 곧 말을 잇는다. 『매일 애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제 구두를 아침마다 닦아줍니다』 동갑내기 김씨부부는 똑같이 형제자매중에서 막내다. 고집이 세다. 그러나 낙관적이다. 애들은 친척 등에게서 물려받은 헌옷을 주로 입힌다. 아이들이 잘못하면 따끔하게 회초리를 든다. 공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힘만 길러 주면 된다고 믿는다. 사택에서 사니 집걱정은 없다. 휴일에 김씨네 집은 사람들로 늘 왁자지껄하다. 식구들끼리만 식사해본 적이 거의 없다. 부인 김씨는 이게 너무 좋아 손님접대가 취미가 되어 버렸다. 손님들이 일어날 땐 여덟살배기 큰딸이 옷깃을 잡는다. 『식사하고 가세요. 주무시고 가세요』 남편 김씨는 말한다. 『서로 같은 것보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가 될 수 있지요. 「더 좋은 절반」이란 말 얼마나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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