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秀珍기자」 올해로 한국생활 2년째인 중국인 劉敏君(유민군·46)주부네 집은 단 하루도 김치가 떨어질 날이 없다. 김치없이는 밥을 못먹을 정도로 「김치마니아」인 유씨가 2주일마다 꼬박꼬박 김치를 담그기 때문.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까지 척척 담그는 유씨는 『중국음식은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김치와 잘 어울려 좋다』며 『처음엔 김치를 사먹기도 했지만 고국에 돌아간 뒤에도 계속 먹고 싶어 아예 김치담그는 법을 배웠다』고 자랑했다.
외국인 「김치 마니아」들이 늘고있다. 한때 김치는 마늘 생강 등 진한 양념냄새 때문에 외국인앞에는 꺼내놓지 않는 것을 「에티켓」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네들이 나서서 『김치는 한국의 국보』라고 극찬을 하며 먼저 청할만큼 김치에 푹 빠진 외국인들이 많다.
농협이 매년 주최하는 김치담그기대회에 외국인코너가 따로 마련된 것도 이같은 김치열풍을 반영하는 것.
한국에서 4년째 살고 있는 미국인 칼러 매콜(36)은 『휴가때 열흘동안 미국에 다녀왔는데 그동안 김치가 너무 먹고 싶었다』며 『김치때문에 한국이 더 좋아졌다』고 털어놓았다.
김치를 찾는 외국인이 늘어나자 자체적으로 김치공장을 세우고 고급김치를 내놓는 호텔도 생겨났다. 서울 워커힐호텔의 경우 지난 94년부터 자체 브랜드인 「슈펙스 김치」를 개발,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한식당에서만 반찬으로 판매했지만 귀국할 때 김치를 가져가려는 외국인들의 문의가 늘자 올해부터는 아예 외국으로 가져갈수 있도록 보냉재로 특수포장한 김치까지 선보였다. 2㎏을 기본으로 3㎏, 5㎏단위로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은 6만∼12만원. 지난해에는 5천만원의 수익을 올린데 이어 올해에는 예상매출액을 1억원으로 늘려잡았을 정도로 인기다. 주로 외국인들이 사가지만 우리나라 사람중에서도 외국출장때 바이어를 위한 선물로 사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치수출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 해외 김치시장의 규모는 4백억원을 넘어섰다. 농협의 경우 처음 수출을 시작한 91년에는 매출액이 50만달러(한화 약4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예상 매출액이 5백만달러로 무려 열배나 늘어난 셈.
수출초기에는 외국인 입맛에 맞춰 매운 고춧가루 대신 붉은 피망을 넣고 단맛을 강하게 한 「변형된 맛」이었지만 요즘은 「본고장」맛을 본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맵고 양념맛이 진한 우리식 김치가 오히려 인기다.
풀무원 김치박물관의 김경미실장은 『김치의 유기산에 의한 신맛은 청량감을 주고 속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에 한번 맛을 들이면 계속 찾게 된다』며 『김치는 불에 조리하지 않고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식품으로 육류와 잘 어울려 외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