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홍찬식기자」 서양문명은 아테네에서 시작되고 아테네는 심장부에 위치한 아크로폴리스가 그 핵심이다. 아크로폴리스에서는 현재 극장으로 사용중인 아티쿠스가 「천년건축」의 대열에 오를 수 있다.
아티쿠스극장은 지붕과 벽으로 둘러싸인 6천석 규모의 실내극장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민족의 침입으로 대부분 파손돼 오랫동안 원형을 잃은 채 방치돼 있었으나 20세기들어 재건돼 실제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52년 객석과 무대부분만을 복원해 야외원형극장으로 재탄생한 아티쿠스극장은 문을 열자마자 세계의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공연을 갖고 싶어하는 최고의 무대로 자리잡았다.
옛 그리스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있는 고대 문화유적 안에서 공연을 갖는다는 사실은 예술가들의 입장에서 가히 환상적이기까지 했다.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발레리나 마곳 폰테인이 이 극장 무대에 섰으며 유럽의 저명 예술단체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가졌다.
요즘도 이 극장은 아테네에서 가장 중요한 공연장이다.
이 극장은 입구에서부터 관객을 압도한다. 육중한 돌로 되어있는 극장 앞면은 복원전의 파손된 상태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약간의 손질을 했다.
입구를 통해 극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1백80도 각도의 둥근 형태로 꾸며진 객석과 역시 반원형의 무대가 나온다. 이 극장 바로 뒤편은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입구이며 유명한 파르테논신전도 가까이 보인다.
이 극장이 처음 건립된것은서기 161년의 일이었다. 아테네의 대부호였던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세상을 떠난 아내 레기나를 추모해 이 극장을 세운 뒤 아테네시민에게 기증했다. 전 객석이 대리석으로 꾸며졌을 만큼 건립 당시 초호화판 극장이었다.
이 극장이 무려 2천년 가까운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다시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유적」에 머물러 있던 아크로폴리스 전체를 살아있는 건축물로서 한 차원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문화유적이 할 수 있는 일은 현대인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입증해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유적이 과거의 기능을 되찾아 실제 건축물로서 활용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생명이 부여된 것과 다름없다.
또 옛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극장의 기능을 다시 살려낸 건축가들의 지혜도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해가 저물면 아크로폴리스는 여러 각도에서 색색의 조명이 비춰져 화려하게 치장된다. 아테네시측이 아크로폴리스를 강조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훨씬 돋보이는 것은 비록 아크로폴리스의 작은 일부이지만 매일밤 예술가들의 혼신을 기울인 연기와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로 가득 채워지는 아티쿠스극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