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본 아티쿠스극장]

  • 입력 1996년 12월 16일 19시 56분


현대 도시의 뿌리인 아테네와 로마의 도시는 역사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서로 다른 두 입장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는가. 천년도시 베이징과 교토는 어떠한가. 이런 화두에 가장 좋은 예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이다. 아테네야말로 인간이 도시의 기본척도가 된 최초의 도시였다. 현대도시의 이상은 아테네에서 시작한 것이고 아테네의 도시원리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아크로폴리스다. 역사속에서 수많은 위기를 넘어 반 폐허가 된 채로 아크로폴리스는 살아 남았고 지하에 묻혔던 아티쿠스극장은 2차대전 후 발굴 복원되었다. 파르테논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언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류의 유산이 되었으며 아티쿠스극장은 아테네시민들이 사랑하는 야외극장이 되었다. 아티쿠스극장은 위대한 신전 옆에 이민족에 의해 세워진 극장이었지만 아크로폴리스를 더 아크로폴리스답게 만든 역사의 더함을 통해 폐허로부터 부활한 것이다. 아직 아테네가 인류의 이상도시로 남아 있는 것은 아크로폴리스가 아테네 한가운데 있으면서 끊임없이 역사에의 참여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아크로폴리스와 아티쿠스극장은 역사유적이 오늘날의 도시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아테네 어디에서도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주변의 옛 그리스마을, 아티쿠스극장과 함께 제우스신전을 지나 올림포스언덕으로 이어지는 역사회랑은 가장 중요한 문화인프라로서 현대도시 아테네를 2천년의 역사도시로 확대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경복궁 정면 한가운데 조선총독부를 세우고 창덕궁과 종묘를 길로 가로지르고 창경궁에 동물원을, 경희궁에 일본인을 위한 학교를 지었다. 구조선총독부는 철거되고 창경궁의 금수들은 퇴거되었으나 6백년 도시 서울의 중심공간이었던 고궁과 종묘와 사직단과 서울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은 현대도시 서울의 역사적 잔해로 분해된 채 도시에 방치돼 있다. 아크로폴리스와 아티쿠스극장 같이 역사공간과 문화공간이 서로 이어져 역사와 문화가 실재하는 역사문화인프라를 만들 수 있어야 우리도시가 최소한의 자기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김 석 철(아키반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