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우측보행이 더 안전하다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걷는 것은 인간의 활동에서 가장 기본이다. 그런 만큼 걷기는 편리하고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도시의 거리는 짜증스러울 정도로 복잡한데다 보행사고의 우려마저 높다. 길을 걷다가 사고로 사망하는 인원이 해마다 5천여명에 이를 정도다. 그런데 이같은 결과는 평상시 걷는 위치와 깊이 관련돼 있다. 현재 우리는 도로뿐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왼쪽걷기를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왼쪽걷기를 하라는 근거는 아무데도 없다. 생활에 불편을 주는데도 이제껏 그래왔으니 관습처럼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자동차가 우측통행하니 사람은 당연히 좌측통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며 아무 관련성도 없다. 왼쪽걷기는 불편하고 불안전하며 비과학적이어서 문제가 많다. 인간의 신체특성과도 어긋나 시설물 이용에 불편함은 물론 보행의 흐름마저 방해한다. 어린이 교육도 「도로는 좌측통행, 횡단보도는 우측통행」으로 일관해 혼란을 주고 교통사고의 불안감마저 높인다. 신체특성상 인간은 90% 이상이 오른손잡이다. 탁구나 테니스 등 운동에서도 옆으로 이동하자면 우측방향이 유연하다. 또 원과 곡선운동도 오른발이 유연하니 좌측으로 도는 편이 쉽다. 시설물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회전문이나 전철 개찰구 등을 봐도 우측으로 통과하는 게 일반적인데 습관적으로 「좌측통행」이 강조되다 보니 혼란만 더한다. 이러다 보니 출퇴근시 교통혼잡도 더욱 가중된다. 보도를 걸을 때도 문제다. 좌측통행을 지키다 보니 보도의 안쪽인 차도에 접근해 차를 등진 채 차와 같은 방향으로 걷게 된다. 또 차를 타려고 해도 차를 등진 채 기다리기 일쑤다. 보행중 교통사고 가운데 「등지고 사고」가 「마주보고 사고」보다 4배나 되는 현실도 보행방법과 관련이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의 보행자 통행방법은 도로교통법 제8조 2항의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아니한 도로에서는 도로의 좌측 또는 길 가장자리로 통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나치게 확대 준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는 인도 즉 전용보도가 없는 도로에서나 지켜야 할 단서조항에 불과하다. 여태까지 우리는 보행문제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생활해 왔다. 그러나 편의나 안전을 감안하더라도 기본권리인 보행권은 확보돼야 한다. 특히 무의식적인 좌측통행 강요는 곤란하다. 시급히 우측통행으로 개선해야 한다. 황 덕 수<교통안전공단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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