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金慶鎬(김경호)씨 일가족 등 17명이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감격에 겨워 말한 첫마디였다. 우리는 아직도 그때 그들이 보여주었던 감격과 긴장이 뒤섞인 그 표정을 잊지 못한다.
이제는 안도해도 되건만 그러나 그간의 삶에 가위눌려 마음놓고 기뻐하기에는 아직도 한 구석 불안한 심정이 반영된 표정. 그것은 분명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헤매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그런 표정이었다.
환자와 어린이 그리고 임신부가 낀 일가족이 추적자의 집요한 추적을 피하며 한달여동안 중국대륙을 횡단해 드디어 자유세계로의 도피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김씨 일가의 망명은 한편의 감동적인 인간승리 스토리다.
그러나 그뿐만은 아니다. 그들의 탈출스토리에는 남북분단이라는 우리 민족 전체의 아픔이 깔린 가운데 이역만리 미국에 있는 혈육의 원격도움이라는 의외의 변수도 들어 있었다. 더구나 한국전쟁이후 한꺼번에 한국으로 망명해온 사람들로서는 가장 많은 숫자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김씨일가 등 17명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함북 회령에 살던 이들은 지난 10월 26일 새벽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 그뒤 연길 용정 심양 북경 광주 심천을 거쳐 홍콩까지 29일간의 도피 여행끝에 지난 11월 24일 새벽 홍콩으로 밀입국했다. 김씨 일가의 탈출 스토리는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도 주요뉴스로 타전, 전세계에 전했다.
앞으로 그들은 자유세계에 대한 체험과 적응과정을 거치면서 기쁠 때 마음껏 기뻐할줄 아는 자유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한 그들을 우리 이웃으로 따뜻하게 품어안는 일이 남았다.
〈홍콩〓鄭東祐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