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潤鐘 기자」 「미미미도…」. c단조의 셋잇단음표로 시작되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이 그 독특한 시작 때문에 「운명교향곡」이라고 불리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앞으로 이곡은 「혁명교향곡」이라고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낭만과 혁명의 관현악단」지휘자인 존 엘리어트 가디너는 최근 제작한 한 비디오의 해설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5번에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라는 학설을 발표, 세계음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가디너에 따르면 1악장 서두에 등장하는 셋잇단음표의 주제는 이 곡이 씌어지기 10년전 등장한 케루비니의 합창곡 「판테온 찬가」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 가디너는 두곡의 주제뿐 아니라 이 주제가 여러 성부에 등장하면서 서로 대화하듯 주고받는 형식도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가디너는 교향곡 5번의 4악장 서두에 나타나는 또다른 셋잇단음표 주제도 혁명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제는 당대의 프랑스작곡가 릴이 작곡한 「바커스 찬가」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
이 노래 자체는 혁명가가 아니지만 주신(酒神)바커스를 찬양하는 노래로서 혁명기의 자유정신에 매우 밀접하게 맥이 닿아 있다고 가디너는 밝혔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프랑스혁명의 직접적인 관계를 밝혀낸 것은 가디너가 처음이지만 베토벤이 프랑스혁명의 심정적인 지지자였다는 것은 이미 베토벤의 전기연구가들에 의해 널리 알려진 사실. 특히 베토벤이 교향곡 5번에 앞서 작곡한 교향곡3번 「영웅」은 프랑스혁명 후기의 영도자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헌정하기 위해 씌어졌다는 사실도 유명한 일화이다. 베토벤은 후일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자 「그도 민중을 짓밟는 폭군이 될 것이다」라며 격분, 나폴레옹에게 보내는 헌정사를 찢어버렸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