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학년말 준비로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 잠시 쉬고 있으려니 전화 벨이 울렸다. 『저번에 전화했더니 안 계시더군요. 저 진혁이 어머니예요』라고 하기에 『아, 반장 진혁이 어머니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아니 우리 진혁이는 반장이 아닌데요』한다.
아차 그러면 지난해 우리 반이었던 진혁인가, 아니면 옆반의 진혁이인가…. 『진혁이가 혹시 2학년 6반 아닌가요. 아버님이 고등학교 교사이시고…』라고 반문하자 『맞긴 한데, 우리 진혁이가 반장이었나요』라며 놀란다.
진혁이 어머니는 아들이 학급체육대회 야영 등산 견학활동 등을 통해 학교생활을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기에 학년이 마무리되기 전에 고맙다는 인사나 할까 해서 전화를 했다면서 이제까지 아들이 반장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아니, 전번 가을 소풍때 김밥 보내 주셨잖아요』라고 묻자 그것은 고등학교 교사인 진혁이 아버님이 봄소풍 때 굶었다기에 혹시나 해서 보낸 거란다.
진혁이는 뛰어나게 우수한 학생은 아니지만 성실하고 친구간의 관계가 원만하여 반장에 당선되었다.
그는 기대 이상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기에 선생님들의 기대를 듬뿍 받고 있다. 미안해 하는 진혁이 어머니에게 『요즘같은 세태에 진혁이가 얼마나 대견스럽습니까. 이러한 모습이 우리 교육의 정상적인 한 단면이 아닐는지요…』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10남매를 키우신 나의 부모님은 바쁜 농삿일 때문에 한번도 학교에 인사를 가신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코 부모님이 성의가 없다거나 내가 선생님들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기에 나 또한 학생들을 편견으로 평가하지 않으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왔다.
결실의 계절이랄 수 있는 학년말에 진혁이와 같은 듬직한 학생들이 내곁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너무나 가슴 뿌듯하다.
정 재 만<인천 연수구 인송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