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潤鐘기자」 빈에서 매년 새해의 출발과 함께 막을 올리는 신년음악회는 TV로 중계돼 세계인의 눈과 귀를 붙들 뿐 아니라 매번 CD로 발매되고 있다. 음반사들의 발매경쟁도 치열해 「누가 지휘할까」 못지않게 「어느 음반사에서」 제작하느냐가 언제나 음악팬들의 눈길을 끈다.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올해 실황은 EMI사에서 발매될 예정이며 이외에도 수많은 역대 신년음악회 음반이 음반매장을 장식하고 있다.
빈 신년음악회 실황음반중 빌리 보스코프스키 지휘의 1979년 연주실황(데카)은 4반세기 동안 이 음악회를 이끌어 온 거장의 마지막 신년음악회 현장을 담았다. 빈 필의 악장출신인 보스코프스키는 바이올린을 손에 들고 지휘하다 흥이 나면 단원들과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 TV중계에서 특히 인기를 모았다.
79년 실황연주는 보스코프스키가 마지막으로 지휘한 신년음악회인 동시에 신년음악회 최초의 디지털 녹음이 이뤄졌다. 슈트라우스의 「사냥」 폴카에서 들리는 화약의 폭발음은 디지털 녹음 초기에 귀를 즐겁게 하는 생생한 현장음으로 화제를 뿌렸다.
80년에서 86년까지 신년 음악회를 지휘한 로린 마젤(94, 96년 재등장)에 이어 87년부터 매년 다른 지휘자가 등장하게 되면서 신년음악회는 변신의 모습을 보이게 된다.
87년 등장한 당대 지휘계의 황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봄의 소리」 왈츠 연주에 당시 무명의 미국출신 흑인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을 출연시켜 일약 스타로 부상시켰다. 이 해의 신년음악회 실황음반(DG)은 카라얀의 유명세와 맞물려 역대 가장 인기있는 신년음악회 음반중 하나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후 빈 신년음악회에는 아바도(88, 91년) 클라이버(89, 92년) 메타(90, 95년) 무티(93, 97년) 등 여러 지휘자가 등장해 왔지만 지휘자에 따른 연주 실력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 필하모닉의 연주자들은 수십년 동안의 왈츠와 폴카 연주로 이미 자신들의 고유한 연주 스타일을 몸에 익히고 있기 때문. 따라서 레퍼토리 구성과 사운드의 질이 음반의 인기를 크게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