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然琇 기자」 동남아시아의 근현대사에는 「일본의 침략」이라는 공통 분모가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일제로부터 받은 고난은 동아시아 영상문화에 공통 요소로 존재하며 나라와 민족을 초월한 공감을 얻어낸다.
최근 비디오로 나온 영화 「귀천도」와 「상해탄」도 제작 주축이 한국과 홍콩으로 서로 다르지만 일본의 침략에 맞선 젊은이들의 우국지정과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실적이기보다 다분히 환상에 기초한 영화들이어서 현실적인 30대이상 장년보다는 여린 감성을 지닌 10대와 20대가 좋아할 만한 영화들이다. 둘다 고교생이상 관람가.
배우 이경영의 감독 데뷔와 주제가의 표절 판정으로 잇따라 화제가 된 「귀천도」는 1800년 정조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SF무협영화다.
아시아를 지배할 귀인이 한국에서 태어난다는 환상적 전제를 기초로 귀인을 없애려는 일본 무사들의 추격과 이를 막으려는 조선 무인들이 시공을 넘나들며 승부를 겨룬다. 정조로부터 세상을 지배할 천운을 가진 아기를 잉태한 청연은 우운검(김민종 분)과 좌운검(이경영 분)의도움으로 「시간의 문」을 넘어 1970년대로 온다. 시간을넘어 따라온 일본 사무라이들과 우운검 좌운검 등 고수들의 검법 대결이 펼쳐진다. 오랜만에 나온 한국의 무협영화. 감독 이경영은 『무협은 어른들의 동화』라며 『힘있고도 비장미 넘치는 액션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본과의 대결」이라는 「숙제」를 소재로 한 영화의 주제가가 일본 노래를 표절한 아이러니는 우리사회 극일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하다.
일본의 침략으로 흔들리는 191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상해탄」은 한때 국내에서 흥행 보증수표였던 유덕화 장국영이 주연했고 서극이 감독했다.
국내 스타 정우성이 조연으로 가세. 홍콩영화의 전반적 침체로 국내 극장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괜찮은 수준의 영화다. 허문강(장국영)은 구국의 일념으로 동료들과 함께 대만으로 밀항하지만 배안에서 동료들이 괴한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허문강은 매국노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상해로 왔다가 암흑가의 정력(유덕화)과 만난다. 아름답고 슬픈 감상적 액션과 세 남녀의 삼각관계가 한때 많은 여성팬들을 가슴설레게 했던 홍콩영화의 정형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