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光杓기자」 우리의 탁월한 전통 과학발명품으로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통일신라시대 8세기초)이 중국 발명품으로 둔갑해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중국이 다라니경을 당나라때 제작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국제적으로 공인받기 위해 전문가들로 태스크 포스팀까지 만들어 범국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기 때문. 중국 법제일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인쇄술 발명 한국설(說)」이 인정되려면 지난 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다라니경이 신라에서 간행됐다는 점과 이것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인쇄물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라니경의 경우, 우리 학자들은 다라니경에 사용된 종이가 신라 특산물인 닥나무종이라는 점 등을 다라니경 한반도 제작설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며 일본학자들도 이에 동의한 바다. 그러나 중국측은 다라니경에 쓰인 글자중 8자가 당나라때 측천무후(則天武后)가 만들어 반포한 무주제자(武周制字)라는 점과 닥나무종이가 한반도 특산물로 정해진 때는 고려시대라는 점을 들어 신라가 아닌 중국에서 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물론 잘못된 것이지만 영국 미국 등의 학계에서 큰 세력을 얻고 있는 게 현실.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의 과학발명품이 중국 것으로 둔갑해 버린 이같은 사태는 미진한 과학사 연구,과학문화유산의 우수성에 대한 홍보 부족, 과학문화유산을 소홀히하는 문화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일명 직지심경·고려시대 1377년)도 이와 유사한 사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독일위원회가 공동으로 한국 독일 중국 일본의 과학사학자들을 초청, 9월이나 12월경에 서울에서 「동서 인쇄술 비교 심포지엄」 개최를 준비하고 있어 그때까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중국 독일 등의 공세에 밀려 다라니경 직지심경 등을 다른 나라에 내줘야 할 판이다. 독일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각종 자료를 만들어 놓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해 국제 비교회의가 열릴 경우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화재위원인 全相運(전상운)씨는 『그동안의 학술 논문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영어로 완벽하게 번역, 국제 학계에 부지런히 발표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