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작가 이상의 유일한 동화 「황소와 도깨비」

  • 입력 1997년 1월 24일 18시 06분


[金次洙기자] 천재작가 이상(1910∼1937)이 남긴 유일한 동화 「황소와 도깨비」(가교 펴냄)가 출간됐다. 이 작품은 이상이 죽기 40여일 전인 37년 3월5일부터 9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했던 것이다. 일제치하의 어두운 시대에 창작됐지만 우리나라 옛날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중의 하나인 도깨비를 작품배경으로 설정, 옛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친근감을 더해준다. 뿔이 달리고 괴상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도깨비가 어린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해주듯이 이 작품도 아이들에게 순수함과 교훈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10여년째 어린이책에 삽화를 그리고 있는 신응섭화백의 전통미가 풍기는 삽화가 곁들여져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화백은 돌쇠와 황소 도깨비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장작을 해다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주인공 돌쇠가 도깨비를 만나 겪게 되는 재미있는 일들이 줄거리를 이룬다. 돌쇠가 어느 겨울날 장에 나무를 내다팔고 돌아오다 도깨비를 만났다. 마을에 내려왔다가 개에게 물려 꼬리가 잘리는 바람에 재주를 부릴 수 없게 된 도깨비는 돌쇠에게 살려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도깨비를 불쌍히 여긴 돌쇠는 도깨비의 요청대로 황소 뱃속에서 살도록 해줬다. 그러나 도깨비가 두달만에 황소 뱃속에서 나오려 하지만 살이 쪄서 못나오고 황소는 배가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며 다 죽어갔다. 황소가 하품을 하면 도깨비가 나올 수 있다는 말에 돌쇠는 황소를 하품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다 지쳐 쓰러졌다. 쓰러진 돌쇠가 하품하는 모습을 보고 황소가 따라하는 틈을 타 도깨비가 뱃속에서 뛰쳐나왔다. 도깨비는 돌쇠의 보살핌에 대한 보답으로 황소의 힘을 아주 세게 만들어 주었다. 힘이 세진 황소를 이용해 더 많은 나무를 해다 팔 수 있게 된 돌쇠는 『도깨비 아니라 귀신이라도 불쌍한 것은 살려 주어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적합하게 꾸며진 이 책은 아이들에게 권선징악의 교훈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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