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야기]정상향해 새 각오다지는 샐러리맨

  • 입력 1997년 1월 25일 20시 21분


[李英伊기자] 37세의 대기업 과장 신모씨. 지난해 명예퇴직으로 1천여명의 선배들이 회사를 떠날 때 그도 고민했다.

더이상 회사가 나를 책임져 줄 수는 없다. 따로 살 궁리를 하고 나가야 하나, 이 회사에 계속 목숨을 걸어야 하나.

그러나 앞길이 창창한 30대. 부업이나 자격증을 준비하며 대충 출퇴근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위기를 뒤집으면 기회가 아니던가. 차라리 회사내에서 스스로를 책임지며 멋진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다.

『승진목표를 「사장」까지 높여 잡았습니다. 감원바람 속에서 웬 망상이냐고 비웃는 이도 있겠지만 능력위주 인사가 실현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요』

명예퇴직자의 업무까지 떠맡아 일이 두 배로 늘었다. 원래 맡고 있던 마케팅에다 판매 생산 연구개발 분야까지. 몸은 고달프도 인생을 곱으로 산다고 생각하니 힘이 생긴다고 했다.

명예퇴직의 한파는 직장과 사회분위기, 심지어 개인의 인생관까지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그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1세기를 위한 경영혁신, 신인사제도 도입을 외치는 기업들은 명예퇴직제를 휘둘렀던 그 반대편 손으로 능력위주 발탁인사의 등불을 높이 켜들고 변신의 몸부림을 보이고 있다.

이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변화에 밀려날 것인가. 한숨만 지으며 뒤로 물러서기에는 30대의 열정과 패기가 너무 뜨겁다. 이같은 「명퇴 시국(時局)」을 뚫고 30대가 뛰고 있다.

『30대는 「나」보다 「우리」를 중시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정보화 국제화에 가장 먼저 접한 세대입니다. 40,50대 선배들을 도와 시대흐름을 주도해야 할 입장이지요』

올초 승진, 4대 그룹 통틀어 최연소 임원이 된 LG건설 유정준이사대우(34)의 얘기다.

미국회계법인 근무경험이 있는 유이사는 지금 40대의 부장급 간부 8명과 함께 해외개발사업을 추진중이다. 동년배들은 과장이 대부분인 나이에 임원자리에 올라 눈총도 꽤나 받았다. 그러나 일에 관한한 자신만만하다. 회사경력은 10년 정도지만 일의 강도나 양으로는 남들 두 배는 일했다고 자부한다.

벤처기업에서 30대의 활약은 더욱 눈부시다.

최근 정보통신업체인 ㈜인성정보의 이사에서 사장으로 3단계 뛰어오른 원종윤사장(38)은 뜻밖에도 「컴맹」출신이다.

대기업에 입사한 84년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그후 10여년간 밤새워 외국책을 읽어가며 데이터통신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기술변화가 심하고 상품수명이 짧은 업종이어서 젊을수록 유리하다』고 믿는 그는 91년 인성정보 창업멤버로 자리를 옮긴 뒤 매출액을 매년 100%이상 끌어올려 작년에는 3백억원을 달성했다

이제 30대 임원, 30대 사장은 더이상 「괴물」이 아니다. 기업규모가 비대해지면서 갈수록 승진이 늦어진다지만 자신의 상품가치를 올려 훨씬 비싼 값에 내놓는 「30대 기수」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이정일삼성경제연구소수석연구원(33)은 대신 이렇게 말했다.

『연공서열식 승진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능력이 무엇이며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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