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잠실역,서울의 「노인공화국」…성남서도 원정

  • 입력 1997년 1월 25일 20시 21분


[田承勳기자] 영하의 날씨 속에 갈곳 없는 서울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지하철역 대합실로 몰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볼 것 많고 따뜻한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역 대합실이 「겨울의 탑골공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이 역의 분수대 주변 벤치에서는 롯데월드를 찾는 젊은이들 사이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을 찾는 노인은 하루 평균 2백여명이 넘는다. 이곳에서는 서울에 사는 노인 뿐만 아니라 경기 분당 성남 등지에서 무료승차권을 이용해 오는 노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반면 봄 여름 가을에 하루평균 2천여명의 노인이 찾는 서울 종로3가 탑골공원은 요즘 「단골손님」이 줄어들어 썰렁하다. 서울 면목동에 사는 李宅求(이택구·83)할아버지는 『여름에는 주로 탑골공원과 도봉산공원에 나가는 데 겨울에는 추워서 나들이를 별로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답답할 때는 난방이 잘 되고 구경할 게 많은 잠실역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화려한 백화점의 물건을 구경하거나 롯데월드에서 오후 1시와 3시 두차례 공연하는 경기민요를 들으며 소일한다. 李中達(이중달·81·서울 광진구 구의동)할아버지는 『이곳에는 탑골공원처럼 밥을 주는 고마운 사람이 없는 게 아쉽다』며 『돈이 있으면 소주 한병을 7백30원에 사서 분식점으로 가 국수와 함께 마실 때도 있지만 없을 땐 굶든지 집으로 일찍 돌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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