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次洙 기자] 이야기와 놀이를 동시에 제공해주는 어린이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주 키드북포럼에서 검토한 「내가 꾸미는 그림동화」시리즈(두산동아 펴냄)도 이같은 유형의 책. 「혹부리영감」 「콩쥐팥쥐」 「토끼와 자라」 「빨간 모자」 「잭과 콩나무」 등 5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분야에서 당선한 박자경씨가 글을 쓰고 중견 일러스트레이터 양후영씨가 그림을 그렸다. 각권 8천5백원으로 낱권 구입도 가능하다.
본문에는 10줄 안팎의 간단한 이야기와 함께 배경그림만 그려놓고 등장인물 등은 별도의 스티커로 제작, 어린이들이 스티커를 붙여서 이야기 내용에 맞는 그림을 완성하도록 기획된 것이 특징이다.
포럼에 참가한 강우현(그래픽디자이너) 김용희(아동문학평론가) 선안나씨(동화작가) 등 전문가들은 스티커붙이기라는 놀이형태를 도입함으로써 동화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집중력 강화 등 어린이의 정서발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선씨는 『7세짜리 우리아이에게 이 책을 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스티커붙이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책보다는 TV나 컴퓨터 등 영상매체에 쉽게 익숙해지는 아이들에게 책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도 『이 시리즈는 어린이 책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세계적 경향과도 맞아 떨어지는 좋은 기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아이들 스스로 스티커를 자유자재로 붙였다 떼었다하면서 그림을 완성토록 함으로써 제한된 지면에 한정된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그림동화의 제약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아이들 스스로 그림을 꾸미도록 한 것은 이야기 이상의 상상력 기르기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모임인 한국출판미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씨는 『제작이 쉽다는 이유로 외국의 그림동화를 번역출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것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등장인물의 다양한 움직임을 스티커 그림으로 제작,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또 많이 알려진 전래동화를 이야기 줄거리로 채택한 것도 책읽기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적합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토끼와 자라편에 실린 『몸에 초고추장을 바르고 술상에 오르게 될 걸』이라는 표현은 아이들 수준에 맞지 않는 비유라는 지적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와 함께 스티커를 몇차례 떼었다 붙였다 하면 접착력이 떨어지는데 이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