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恩玲 기자] 걸쭉한 입담의 이야기꾼인 소설가 이문구씨(56)가 동시도 썼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우락부락 선 굵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이씨는 천진한 아이들 마음을 담은 동시를 80년대초부터 써왔다. 그간의 작품들이 이번 주말 2권짜리 동시집 「이상한 아빠」(솔 간)로 출간된다.
이씨가 처음 동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두 아이를 기르는 아빠로서의 「육아일기」를 대신한 것이었다. 유신말기 경기 화성의 한 농촌으로 낙향해 3년5개월간 붓을 꺾었던 이씨는 그곳에서 두 아이를 낳아 길렀다.
『살림이 어렵던 시절이라 카메라도 녹음기도 없어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기록해 놓을 수 없었어요. 이 애들이 어른이 돼도 저희들이 농촌에서 자라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할텐데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동시를 쓰게 됐지요』
마당을 엉금엉금 기어다니다 개밥통의 밥을 퍼먹는 개구쟁이, 아이들 학교행사이기보다는 온 동네 축제가 되는 시골운동회의 모습, 송사리 올챙이 우렁이가 모여있는 논두렁의 모습을 그리다보니 이씨 자신 속에 숨어있던 동심이 새삼스레 일깨워졌다. 제 흥에 겨워 아이들 나이가 스물이 넘도록 틈틈이 동시를 쓰게 됐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며 글짓기교실도 미술학원도 안 다녔지만 자기 감성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게 어려서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자란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을 일깨워주기 위해 일부러 농촌체험을 시키는 젊은 부모님들도 많다는데 그런 가족들께 이 동시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