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潤鐘기자] 갓 태어난 아시아 필의 서울연주회는 일반의 기대를 뛰어넘는 호연을 펼쳐보였다. 호연보다도 더욱 빛났던 것은 연주속에서 단원들이 펼쳐보인 미래에의 기대와 약속이었다.
정명훈이 이끈 아시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29일 서울공연 첫무대에서 연주하기 어렵기로 이름난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이 교향곡은 말러의 곡으로는 드물게 「암흑에서 광명으로」의 긍정적 세계관을 그린 곡.
정명훈의 리드는 2년전인 95년 그가 영국의 필하모니아 관현악단을 이끌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곡을 지휘했을때보다 훨씬 넉넉해보였다.
연주중 금관은 분명 1급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모습을 간혹 보이기도 했다. 템포를 죄며 앞으로 달려나가야 할 부분에서 뒤처지기도 했고, 흥분이 앞선 나머지 음량에 있어서 전체의 균형이 순간적으로 깨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긴장과 치밀함의 느낌이 유지되는 것은 이른바 「잘 맞는 앙상블」에는 기능적인 완벽함 외에도 마음으로 전해지는 뜨거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명훈의 곡해석은 예전에 보였던 일부 무기질적인 면을 덜어내고 부분간의 연결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3악장 중간부의 느릿한 무곡에서 전통적 오스트리아 스타일로 두번째 박자를 늘여 강조하는 모습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정씨가 밝힌대로 매년 일정기간의 집중적 연습기간이 주어진다면 초기의 일부 덜 손질된 모습은 충분히 극복될 것으로 보일 만큼 이번 첫 서울공연은 분명 많은 것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