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트로이 지음>
[정은영 기자] 빌 클린턴이 조지 부시를 제치고 미국의 제42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미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커리어우먼의 현모양처에 대한 승리』라고 법석이었다. 남편보다 더 유능한 변호사로 선거전에서도 탁월한 참모역할을 했던 힐러리가 「그림자내조」를 한 바버라 부시를 누르고 남편을 당선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클린턴에 패한 보브 돌도 전직 장관 출신인 아내 엘리자베스야말로 대통령감이라며 『차기선거에서는 대통령의 남편이 되겠다』고 아내자랑에 여념이 없다.
클린턴대통령의 화려한 취임축하쇼에 때맞춰 출간된 「國事(Affairs Of State)―2차대전이후 대통령 가족의 흥망」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그 아내들이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2일자 뉴욕타임스와 인터넷서점「아마존」(http://www.ama
zon.com)은 서평란에서 일제히 이 책을 눈여겨볼 신간으로 꼽고있다. 프리프레스간. 4백96쪽분량으로 16장의 사진자료도 볼거리다.
저자인 현대사연구가 질 트로이는 『퍼스트레이디의 영향력이 확인된 것이 힐러리부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부통령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현대적 의미」의 퍼스트레이디는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대통령의 아내인 엘레노어부터였다는 것. 트로이는 루스벨트 이후 10쌍의 대통령부부의 삶을 추적해 그들이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이상적인 부부」「이상적인 아내」의 이미지를 심기위해 자기연출을 해왔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검소하고 자상한 이미지때문에 대공황기 궁핍으로 시달리던 저소득층 유권자들로부터 『마미』라 불리며 사랑받았던 엘레노어 루스벨트, 풍요의 60년대 젊고 아름다운 백악관의 안주인으로 패션계까지 리드했던 재클린 케네디, 「미국의 영광」을 기치로 내건 남편 레이건에 호흡을 맞춰 늘 돈많은 귀부인처럼 행동했던 낸시 레이건, 침체기에 접어든 미국경제를 염려하듯 「K마트드레스」(「K마트」는 서민형 연쇄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수한 차림이었던 바버라 부시 등의 행태가 내밀한 일화들을 통해 고증됐다.
퍼스트레이디가 되고싶은 후보자들에게 저자는 역대 퍼스트레이디들의 삶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다음과 같이 짧게 충고한다.
「전통을 따르라. 중산층의 취향을 절대 거스르지 마라. 그랬다가는 흠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언론의 표적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