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령 기자] 형사재판에서는 무죄평결을 얻어냈지만 민사재판에서는 패소하고만 O J 심슨 얘기로 또한번 지구촌이 들썩거린다. 미국의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 심슨의 자서전 「나는 고백한다」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형사재판과정에서 「심슨특수」로 적잖이 재미를 보았던 미국의 출판사들은 이번에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주인공은 심슨이 아니다. 형사재판당시 검사팀의 유일한 흑인이었던 크리스토퍼 다든이 화제의 인물이다.
워너북스와 2권의 법정스릴러소설 계약을 한 다든은 98년 여름시즌에 맞춰 첫 소설 「양심의 권리」(가제)를 선보인다.
젊은 흑인검사인 다든은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출판가에서 베스트셀러작가로 떠올랐다. 다든은 재판이 끝난 후인 지난해 6월 「경멸속에서(In Contempt)」(리건출판사 간)라는 회고록을 써내 큰 성공을 거둔 것. 「경멸속에서」는 심슨의 민사재판일정에 맞추어 이달초 문고본 전문출판사인 하퍼사에서 문고판으로 재출간됐다. 다든의 회고록이 이처럼 인기를 얻는 것은 단지 그의 글솜씨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다든이 재판과정에서 보여준 이례적인 모습때문에 좋든싫든 호기심을 갖는 독자가 적지않은 것.
다든은 심슨의 형사재판이 끝난 뒤 자신이 검사였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것처럼 『변호인측이 심슨을 체포한 형사의 인종차별주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은 잘한 일』이라며 『다시는 이런 인종차별 법정에 서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든의 파격적인 언사는 일부 사회학자들 사이에서 「다든딜레마」라는 신종용어를 만들어냈다. 흑인빈민가출신으로 백인 엘리트사회에 진출한 다든처럼 흑인들이 어렵게 성공한 뒤에도 백인지배계층안에서 겪는 정체감혼돈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관계학자들이 새삼스레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본격조망하는 책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에세이집 「다든딜레마」(하퍼콜린스 간)는 12명의 성공한 흑인작가 학자 법률전문가들을 저자로 선정해 그들이 미국의 백인지배계급내에서 겪는 갈등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