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기자] 서울예술단에서 19일부터 뮤지컬 「심청」을 공연한다고 발표했을때 아무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관변단체에서 효심을 강조하는 의례적 공연쯤으로 짐작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음악작곡을 최귀섭씨(31)가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최씨는 현재 공연중인 뮤지컬 「쇼 코미디」, 95년 제1회 뮤지컬대상 작곡상 수상작 「사랑은 비를 타고」를 작곡한 젊고 감각있는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작사는 최씨의 맏형 최명섭씨(36), 편곡은 「살짜기 옵서예」 등 50여곡의 뮤지컬을 작곡해 「뮤지컬의 대부」로 유명한 이들의 아버지 최창권씨(63)가 맡았다.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색다른 「심청」이 탄생할 예감을 주는 것은 바로 이들 「뮤지컬 삼부자」가 뭉친 덕분이다.
『처음 「심청」작곡 제안을 받고 솔직히 놀랐습니다. 제 스타일은 아니었거든요』
최귀섭씨는 『고전을 바탕으로 하지만 「젊은 뮤지컬」로 만들자는 제작방침이 좋아 수락했다』며 자신이 아버지에게 편곡을 맡기는 「패키지 음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대사없이 음악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의 뮤지컬넘버는 모두 60여곡. 전반적으로 세미클래식과 팝음악같은 느낌을 주되 신시사이저를 활용해 보다 색채감있고 감각적으로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가사도 무조건적인 효를 강조하는데서 벗어나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반영하느라 애썼다고 명섭씨는 전했다.
인당수로 팔려가는 심청이에게 『죽어서 효도할 생각 하지말고 살아서 잘사는걸 보여드리는게 진짜 효도』라고 노래하는 대목이나 뺑덕어멈을 섹시한 꽃뱀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예.
그러나 이들을 지켜보는 아버지 최씨의 얼굴은 마냥 기쁜 빛만은 아니다. 자신의 고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자식들에게 『절대로 음악하지 말라』고 말렸던 젊은날이 후회와 고통으로 떠오르는 까닭이다. 명섭씨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음악을 안하려고 그토록 발버둥쳤음에도 불구」, 92년 선거로고송 등을 만드는 음악사무실 TMC를 차리고 결국 운명에 항복한 과거를 갖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뮤지컬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귀섭씨도 고3때에야 비로소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추계예술대와 버클리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귀섭이 음악이 「아버지보다 낫다」는 얘기를 들으면 같은 작곡가로서 기분은 좋지 않겠지요. 그러나 아버지로서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최창권씨의 말이다. 공연은 19∼25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02―523―0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