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下 사퇴,불교계 파문…宋총무원장등 사표철회 간청키로

  • 입력 1997년 3월 15일 07시 41분


[김경달 기자] 한국불교계의 상징적 존재인 尹月下(윤월하·통도사방장)조계종종정이 최근 원로회의에 사표를 제출,불교계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종정이 사표를 낸 것은 지난 62년 통합종단 출범이래 처음. 이 때문에 불교계에서는 사표 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이같은 일이 벌어져 부끄럽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중진스님은 『일이 어찌됐든 경기침체 정치혼란 등 사회가 불안한 현실에서 종교가, 더욱이 역사적으로 국민 정서를 함께 공유해 온 불교가 제대로 윤활유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파문이 커지자 월하스님은 지난 13일 총무원에 사표제출과 관련한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월하스님은 공문에서 『현 총무원 체제와 총무원장에게 하등의 불만이 있거나 어떠한 사유가 있어 사표를 제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가에서는 항상 「문자」보다 「행간의 뜻」이 중요하다. 월하스님의 그동안 언행을 살펴보면 종단에 대 한불편한 심기를 엿볼 수 있다. 94년 5월 개혁회의당시 원로회의에서 추대된 월하종정은 『종정은 종단이 올바른 쪽으로 가도록 질서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하스님은 이후 신문 인터뷰에서 『개혁에 맞는 종헌 종법의 완비와 행정쇄신이 뒷받침 되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종정의 이번 사표는 종단운영과 관련해 자신의 의사를 여러번 표시했으나 더 이상 관철될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종정이 그동안 주로 거론했던 점은 △사찰의 재산처리과정 △사면권 △징계문제 등에 대한 종헌 종법상의 보완책 강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원장 등 총무원 간부스님들은 그동안 여러차례 통도사로 찾아가 종단운영상황 및 주요사안을 보고해왔으나 종헌 종법의 개정문제 등은 사회의 헌법개정과 같은 어려운 문제여서 힘들다는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일각에서는 총무원 집행부측과 비주류측의 갈등구도때문에 이번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종단 집행부에 반감을 가진 세력이 종정스님에게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 사표파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파문과 관련, 宋月珠(송월주)총무원장과 田雪靖(전설정)종회의장 道堅(도견)스님 등 원로스님3명은 17일 통도사로 가 사표철회를 간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54년경 불교정화에 뛰어든 이래 줄곧 「강한 결단력과 추진력」의 면모를 보여온 월하스님이 한번 낸 사표를 다시 거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따라서 이번 사표파문은 당분간 해결가능성이 없어 장기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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