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언 기자] 이경순씨(70)와 조기주씨(42·단국대서양학과 교수)는 같은 화가의 길을 걷는 어머니와 딸이다.
모녀는 같은 대학 같은 과(이화여대 서양학과)를 나온 동창이기도 하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작업실도 함께 쓰고 있다.
지난 94년엔 모녀전도 열었고 서로의 작품을 모아 그림달력도 만들었다.
『딸의 조언으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면서 무한한 스릴과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어머니)
『어머니는 내게 어머니일뿐 아니라 오늘의 나를 이끌어주신 선생님이고 같은 작업실을 쓰는 동료이고 내작품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해주는 친구다』(딸)
이번에는 어머니의 전시회를 위해 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전시장도 구하고 작품도 고르고 팜플렛도 만들었다. 홍보를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다.
어머니 이화백의 전시회는 26일부터 4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덕원갤러리(02―723―7771)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그의 그림일생을 회고하는 뜻에서 고희전으로 꾸며진다.
『전시회를 위해 옛날 그렸던 그림들을 꺼내보니 하나하나가 지나온 삶을 말해주는 것 같고 새삼스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6.25와 피란시절의 고통, 결혼, 환도후의 기쁨, 어려운 생활고와 직업전선, 아이들 교육, 뇌종양 수술…』
이화백은 여성서양화가로는 드물게 국전추천작가와 초대작가를 지냈다.
국전에서는 특선 4회 입선 15회의 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즐겨 그려온 장미, 도자기에 장미를 꽂아 그린 항아리장미,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실내분위기를 그린 작품, 국전출품시대의 인물화 등 40여점이 출품된다.
이화백은 스승인 김인승화백의 영향을 받아 장미를 많이 그렸다. 공교롭게도 그가 살던 집 주변에는 언제나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곤 했다.이래저래 장미와의 인연은 운명같은 것이었다.
미술평론가 이규일씨(미술사랑대표)는 이화백의 최근작에 대해 『따님과 같은 화실을 쓰고 있어서인지 그림이 사뭇 젊어졌다. 누가 보아도 칠십 노인의 그림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품에 힘이 넘쳐 난다. 기운도 보이고 의욕도 배어있다. 아크릴물감으로 변화를 준 때문인지 맑고 밝고 부드럽다.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긴다』고 말했다.
딸 조교수는 『어머니 작품의 주제는 절대 거창하지도 잘난 척 하지도 않은 소박한 것들』이라며 그 소박함이 자신을 감격시킨다고 말한다. 이화백의 작품중에는 조교수를 그린 것도 많다.
오는 6월에 개인전을 갖는 조교수는 『어머니의 전시회를 위해 뛰어 다녔으니 내 전시회때는 어머니가 도와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