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기자] 봄이 나풀거린다. 여인의 가슴에서, 옷깃에서, 소매끝에서 하늘댄다.
올 봄 여성복의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는 프릴장식. 블라우스의 앞장식이나 소매와 깃, 재킷의 칼라, 스커트의 밑단, 스카프 등에서도 프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여성의류 신상품에 많이 등장했다. 전에는 프릴장식이 정장용블라우스나 예복 등에 주로 활용됐지만 올해는 캐주얼인 카디건, 니트의류, 셔츠에까지 프릴장식이 눈에 띈다.
잔물결 치듯 천을 잔잔하게 주름잡아 옷에 덧대는 프릴은 리본과 함께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효과적인 장식. 재작년부터 유행했던 목에 리본을 둘러매는 리본블라우스는 신상품으로도 여전히 나와있지만 인기가 점차 수그러드는 편. 그대신 프릴이 새롭게 떠올랐다.
흔히 옷에 달린 구불구불한 장식을 통칭해 프릴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 구분하면 작게 주름을 잡아 만든 것은 프릴, 주름을 잡지 않고 천에서 잘라낼 때 굵게 웨이브가 지도록 재단한 것을 러플이라 부른다.
패션전문가들은 프릴장식이 유행하는 것을 올해 패션의 가장 큰 흐름인 페미닌룩과 로맨티시즘의 영향으로 본다. 여성스러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레이스나 시폰, 시스루소재 등 하늘하늘한 소재가 많이 등장했는데 프릴은 이런 직물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것. 또 프릴장식은 상류사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지난 해부터 국내에서 패션의 뚜렷한 한 흐름을 형성하며 붐을 이루고 있는 「공주패션」과도 맞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베스티벨리의 디자인실장 박경원씨는 『프릴은 원단이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에 적합하기 때문에 올 여름까지 유행의 절정을 이루다가 소재가 두꺼워지기 시작하는 가을 겨울 신상품부터는 점점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