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술 강요」 논란…日 배상-사죄결정 눈길

  • 입력 1997년 3월 24일 20시 07분


한국에서도 종종 사회문제가 되는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의 음주강요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최근 일본에서는 신입생에게 술을 강제로 먹여 숨지게 한 대학 상급생들에게 법원이 「음주강요」의 책임을 인정, 배상 및 사죄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유죄를 인정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95년6월 학교동아리(서클)의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센슈(專修)대 경영학부 1학년생이 선배들이 강권한 소주를 마신 뒤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숨진 학생의 부모는 같은 동아리 2,3학년 학생 5명이 단숨에 술을 마시는 이른바 「잇키(一氣)」를 하자고 제안한 뒤 1학년생의 입에 강제로 술병을 넣는 등 음주를 강요했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당시 모임에서 음주강요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학생들의 장래를 고려, 최종 선고공판까지는 가지 않고 피해자 유족과의 화해형식을 통해 배상 및 사죄를 하도록 결정했다.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한 2,3학년생 5명에게 1인당5백만엔씩 총2천5백만엔(약 1억8천만원)을 배상케 하고 술을 강권한 학생들은 숨진 신입생의 부모를 만나 사죄했다. 대신 유족들은 대학에 대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지 않고 형사고발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사회는 음주강요에 대해 개인의 책임을 처음으로 물은 이번 사건과 관련, 「대학가의 잘못된 음주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술을 강권하는 것을 일종의 「미덕」처럼 여겨온 한국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 같다. 〈동경〓권순활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