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변한 에어백…앞좌석 어린이 목뼈부러져 사망

  • 입력 1997년 3월 24일 20시 12분


【광주〓김 권기자】 승용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어린이가 에어백이 터지면서 목뼈가 부러져 숨지는 사고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23일 오전 10시50분경 광주 북구 풍향동 광주교육대 앞 횡단보도에서 크라이슬러비전 승용차가 앞서 가던 르망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크라이슬러비전 승용차의 운전석과 옆 조수석의 에어백이 동시에 터져 운전자 유모씨(44·사업)의 아들(6·유치원생)이 경추골상 등의 중상을 입고 조선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4일 오전 숨졌다. 사고 당시 운전자 유씨의 아들은 어머니 조모씨(40)의 품에 안긴 채 조수석에 타고 있었으나 두 사람 모두 안전벨트는 매지 않은 상태였다. 운전자 유씨는 『사고당시 시속 30∼40㎞의 속도로 운행했으나 아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에 앞에 서 있던 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앞차를 들이받자마자 에어백이 터지고 아들의 얼굴이 대시보드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조선대병원측은 숨진 어린이의 직접사인은 「경추부 골절 및 두개골내 혈종의심」이라고 설명했다. 사고차량을 판매한 광주선일모터스측은 『어른이 어린이를 안고 탄 상황에서 발생한 특이한 사고로 판단된다』며 『고객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 대한손해보험협회 張宗贊(장종찬)상무는 『에어백사고로 어린이의 목뼈가 부러져 숨진 경우는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에어백 제조의 잘못 여부, 운전자 및 보호자 과실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책임의 비율을 가려내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어백의 설계가 어른 남성의 가슴높이를 기준으로 돼 있어 어린이는 사고시 에어백의 충격에 의해 머리나 얼굴 목뼈 부분을 다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어린이를 절대 앞자리에 앉히지 않도록 강조하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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