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지 「포에티카」,원로 평론가 김우창교수 특집 마련

  • 입력 1997년 3월 27일 08시 54분


[권기태 기자] 비평의 운명이 어둡고 음울하게 비쳐지는 시대다. 모두들 사회적 전망을 버리고 꽃을 내던져버리고 물건과 돈이 춤추는 장터로 내닫고 있다. 너나없이 「소비문학」의 불꽃놀이를 창밖으로 내다보기만 하는 이 무서운 안일의 시대, 지성은 비평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 사회문화의 비판적 안목을 경신하자는 의욕으로 창간된 비평전문지 「포에티카」(민음사) 봄호가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원로 비평가 김우창교수(고려대 영문학과) 특집을 마련했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당대 문학과 현실을 「자기반성적 이성」과 심도 있는 문장으로 비판해오며 우리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사상가이자 세상에 미만한 풍문과 우상의 실체를 빈틈없는 사유구조로 해부해온 비평가였다.

이번 특집은 「혼돈을 넘어서는 이성의 힘」이란 이름으로 마련됐다. 그 첫머리는 문학평론가이며 「녹색평론」 발행인인 영남대 김종철교수와의 대담으로 시작한다. 김우창교수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환경이나 녹색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들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사는 틀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밑에 깔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보수주의자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그는 『경제 제일주의, 비즈니스문명에 대해 비판적으로 싫은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사람들이 얼마나 미친 사람들인가, 미친데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끌어와서 미래의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열고 있는가 하는 「느낌」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성은 통합의 원칙이면서 따로 있을 것을 따로 있게 하는 이치』라며 『삶은 이 틈에서 함께, 또 따로 영위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정시의 공간에서부터 당대 정치현실까지 관류하는 김우창교수의 이성은 「심미적 이성」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서울대 철학과 김상환교수는 『심미적 이성은 이론적 진리와 실천적 원리 그리고 예술적 미를 상호공속적 관계에서 이해한다는 점에서 (헤겔의) 변증법적 이성이나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이성과 친족관계에 있다』며 『그는 헤겔과 하버마스에서 드러나는 모더니즘의 자기극복 노력을 한국적 상황에서 펼쳐보이며 심미적 이성으로 예술의 낭만주의적 전통을 끌어안고 있다』고 평했다(평론 「심미적 이성의 귀향」).

「포에티카」는 그가 서양고대철학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관통하고 있는 전인적 지성의 소유자라 평가하고 있다. 그의 오랜 벗인 유종호 연세대석좌교수는 「어느 심미적 이성의 소묘」라는 부드러운 글을 통해 『그는 「지적 자본의 본원적 축적기」를 거친 이』라며 『독일 해석학이나 현상학적 병리학의 책을 소설 읽듯이 읽어치우는 책 읽기 선수』로서의 면모를 소상하게 들려주고 있다.

▼김우창

37년 전남 함평에서 고 金義澤(김의택·정치인)씨의 아들로 태어나다.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가 영문과로 전과. 서울대 영문과 전임강사를 하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고려대교수로 재임중.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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