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수 둘이 농익은 생음(生音)으로 봄을 재촉한다. 이선희와 박미경이 각각 라이브 무대를 마련하는 것. 두 스타는 눈부신 봄 햇살이 새삼스럽다는 듯 『오랜만에 관객들과 봄날 은은한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이선희의 콘서트는 12∼16일 문화일보홀(02―285―0433). 84년 데뷔이래 두차례의 세종문화회관 콘서트 등 대형 무대만을 마련해온 이선희로서는 첫 소극장 무대다. 감회가 남다를 듯.
『공연 날짜를 잡고 보니 마치 결혼 날짜를 잡은 것 같아요. 무척 해보고 싶은 무대였거든요. 새벽까지 연습하느라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해요』
보통 인터뷰때 말을 아끼는 편인 그는 이번 콘서트에 대해서는 「수다」를 떨었다. 특히 소극장 무대의 매력은 사람 냄새를 가까이서 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는 『방송은 지나치게 공식적이어서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며 『소극장은 가수의 육성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곳』이라고 거듭 말했다.
또 콘서트장 실내에 봄향기를 가득 채우기 위해 라일락 향수를 무대에 뿌릴 계획. 특히 최근 내놓은 새 음반의 머릿곡도 「라일락이 질 때」여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레퍼토리를 고르는 게 걱정이다. 히트곡과 부르고 싶은 곡을 엄선했는데도 40여곡이다. 다 부를 수 없어 매일 조금씩 레퍼토리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주요곡은 「J에게」 「아름다운 강산」 「비오는 거리에 서서」 「넌 알고 있니」 등.
박미경은 아예 뮤지컬식으로 콘서트를 꾸민다. 내세우는 주제는 「사랑과 결혼」. 봄을 맞아 여자의 입장에서 삶을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라고.
히트곡 「이유같지 않은 이유」 「아담의 심리」 「이브의 경고」 등을 나란히 배열하면 콘서트의 줄거리다.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곁눈질하는 아담의 심리에 대해 이브의 경고를 내린다는 것이다.
또 콘서트 마무리 대목에는 관객들을 불러 올려 춤경연을 벌이고 합창무대로 열기를 부채질할 계획.
박미경은 『요즘은 「사기결혼」 등 사랑의 순수함이 멀어져간다』며 『결혼은 아무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정작 자신의 결혼에 대해서는 『때가 아직 안됐다』고만 말했다.
박미경은 콘서트가 끝나면 약 1년 예정으로 창법 레슨을 받으러 미국으로 건너간다. 잠시 고별무대가 될 이번 콘서트 일시와 장소는 4∼10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3673―4466
〈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