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거지들의 노래」라는 색다른 제목의 음반이 수입돼 선을 보였다. 프랑스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출반된 이 음반은 이른바 서양판 「각설이 타령」이라고 부를 만하다. 연주가의 내력부터 동화 「집없는 천사」를 연상시킬 만큼 색다르다.
노래를 부른 마테오 살바토레는 1925년생으로 남부 풀리아 지방 출신. 일곱살 때 「신발이 없어서」 학교에 못간 그는 학교수업 대신 늙은 맹인 악사로부터 수백곡에 이르는 걸인노래를 배웠다.
이름도 없이 「노인」으로만 불린 맹인악사는 거지노래를 부르는 방법을 상세하게 가르쳐 줬다. 『높고 가는 목소리로 불러라』는 것이 노인의 주문이었다. 학자들은 이들의 노래와 창법에서 13세기 노래들의 맥을 잇는 중요한 음악학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두사람의 「거지커플」은 때로 사랑의 열병에 앓는 젊은이를 대신해 연인의 창가에서 세레나데를 불러주고 돈을 받기도 했다.
60, 70년대 녹음돼 음반에 실린 14곡의 노래는 중세의 단조로운 낭송풍 노래로부터 현대의 경쾌한 탱고리듬에까지 다양한 음악양식을 보인다. 귀기울여 듣다보면 무솔리니와 히틀러에 대한 풍자까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사가 수록되어 있지 않아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점이 흠.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