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별세한 兪學聖(유학성·70)씨가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金壽煥(김수환)추기경과 咸世雄(함세웅)신부의 보살핌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서울대병원에서 「십이지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유씨는 집으로 가길 희망했으나 12.12 및 5.18사건과 관련,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남겨놓은 상태여서 가족이 신청한 병보석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인 安富星(안부성·68)씨는 빈소에서 『집으로 옮기지 못해 애를 태웠는데 김추기경과 함신부께서 요로에 말씀을 전해주셔서 지난 2월11일 남편을 집으로 모셔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5공에서 안기부장과 국회국방위원장 등 정부요직을 지낸 「권력실세」였던 고인과 3공화국 시절부터 「반체제인사」로 권력의 탄압을 받았던 함신부의 첫 만남은 지난 78년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성당의 주임신부와 신도로서 이루어졌다.
독재정권을 규탄하는 함신부의 강론때문에 한때 성당에 나오지 않았던 유씨는 80년대초 안기부장을 맡았을 때 함신부 등 반체제신부들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를 조용히 풀어주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두 사람이 이념과 시국관의 차이때문에 언쟁을 벌인 적도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씨가 구속되고 투병생활을 시작하자 함신부는 여러차례 구치소를 찾아가 위로했고 3일 오전 유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가 그의 임종도 지켜봤다.
함신부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 모두는 죄인일 수밖에 없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그 죄를 씻는 정화(淨化)의 길』이라며 『유씨의 그 길을 사제로서 함께 걸으며 도와주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